수능 앞둔 고3에게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라" 격려만
심리적 동요가 가장 큰 문제 지적도
학교는 방향 제시 없어 혼란 가속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의 킬러문항(초고난도문제) 배제 발언 이후 학교 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2024학년도 수능까지 5개월가량을 남겨둔 수험생을 비롯해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도 '정부가 혼란만 줬다'는 반응이 나온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과정 내에서 충분히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학습 방향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교육부 발표에는 초3·중1 책임교육학년제 도입과 2025년 전면 실시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보완,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 방안 등이 담겼다. 2023.06.21 yooksa@newspim.com |
교육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 협의회 첫 회의를 열고, 사교육을 근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사교육과의 이권 카르텔'이라는 지적 이후 수능 킬러문항 출제와 관련해 교육당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수능과 모의고사에서 일반적으로 킬러문항을 인정하지 않을 만한 문제가 출제돼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쉬운 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올해 수능을 앞둔 고3 등 학교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인데, 차리리 올해 학기 초에 이런 발표가 나왔으면 대응이 했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말 밖에는 아이들에게 해줄말이 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동안 학교에서는 기출문제 풀이, EBS 교재 등을 기준삼아 학습하도록 지도했는데, 킬러문항 발언 이후 모든 게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학교마다 정시와 수시를 집중하는 분야가 각각 다르겠지만, 심리적으로 동요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논란이 되는 킬러문항이라는 것은 소수의 최상위권 학생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다수의 일반 학생과는 거리가 있다"며 "전국적인 이슈를 만들어 학교 자체를 흔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시에서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킬러문항에 대한 불합리한 지적만 있을 뿐 '어떻게 하라'는 방향 제시가 없다"며 "불안감이 아이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는 "앞으로 수업이 어떻게 바뀔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며 "이렇게 불안하면 다시 학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사교육을 잡겠다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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