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 3대 IP 기업과 협업으로 TSMC 추격
TSMC의 IP 생태계 극복 위한 '다양성' 확보 필요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자산(IP)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IP 분야 등 파운드리 업계에서 이미 굳어진 TSMC의 큰 영향력 등은 앞으로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과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3대 IP 기업인 시놉시스·케이던스·알파웨이브 등과 협업에 나서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미국에서 열리는 '삼성파운드리포럼'에서 구체적인 협력내용과 최첨단 IP 로드맵 전략도 공개한다. 이들 기업은 세계 IP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IP는 반도체 특정 기능을 회로로 구현한 설계 블록으로, 파운드리 기업이 IP 기업에 반도체 공정 정보를 주면 IP 기업이 최적화 IP를 개발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넘겨준다. IP 기업이 미리 공정 정보를 파악하기 때문에 파운드리-IP 기업 간 협업 없이 진행될 때의 공정 기간(3.5~5년)을 최대 3년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
이 같이 삼성전자가 IP 분야에 적극 나선 것은 갈수록 줄어드는 시장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2.4%로 TSMC(60.1%)와의 격차가 전 분기 42.7%포인트에서 47.7%포인트로 계속 벌어지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IP 분야 관련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대하려면 경쟁사인 TSMC의 IP 생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경쟁사인 TSMC는 이미 지난 2008년부터 IP 기업이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을 통해 IP 생태계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OIP에 참여하고 있는 IP 기업은 100여개가 훌쩍 넘는다.
TSMC는 OIP를 통해 IP 포트폴리오 5만5000건 이상, 기술 4만3000건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0.5마이크론과 3나노미터(nm) 공정 등 공정 설계 키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TSMC는 500곳 이상의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100여곳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TSMC 만큼의 고객사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포함해 반도체 설계를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탓에 경쟁사이자 고객사인 다른 팹리스 기업들로부터 신뢰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반도체 제조 정보 보안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IP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는 셈이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의 철학에 대적할 만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해 온 '집중화' 전략보다는 '다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과 달리 TSMC는 구조상 워낙 다양한 고객들을 흡수한 덕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후발주자인 삼성에게는 우선 고객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을 받아들여 IP 포트폴리오 종류를 확장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IP 분야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TSMC는 이미 IP 기업들과의 생태계 자체가 촘촘한데다 고객과의 강한 신뢰를 형성해 이를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며 "삼성은 무게중심을 메모리 반도체에서 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파운드리로 옮겨야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파운드리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고객사 신뢰 회복 등까지 감안하면 파운드리 분사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