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낙농가-유업계 협상 개시...사룟값 상승 등 논의
원유 인상폭 L당 69~104원...지난해 52원 보다 높아
한 팩에 3000원대로 오른 흰 우유...추가 인상 우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우유 원유 가격을 둘러싼 낙농가와 유업계의 협상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업체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유가 협상 폭이 지난해 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을 잇따라 올린 업체들은 원유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오는 9일 소위원회를 열고 올해 우유 원유 가격 협상에 착수한다. 낙농진흥회는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단체로 매년 원유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원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사료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낙농가의 생산비가 지난해 대비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의 '2022년 축산물 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우유 관련 사료비는 전년 대비 1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2021.10.01 mironj19@newspim.com |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개편한 새 낙농제도에 따라 올해 원유 1L당 인상 폭은 69~104원 범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전 기준 협상 범위는 L당 104~127원이다. 제도 개편으로 협상 금액 범위는 줄었지만 가장 낮은 가격인 L당 69원으로 결정되더라도 지난해 인상 가격보다 10원 이상 높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자연히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흰 우유의 경우 원유 비중이 유독 높다. 지난해 L당 52원 인상(올해 L당 49원으로 조정)된 이후 유업체들은 흰 우유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는 지난해 11월 흰 우유 1L 제품을 6.6% 인상했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흰 우유 제품 가격을 각각 평균 9.6%, 8% 올렸다. 이에 따라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던 흰 우유 가격은 3000원 내외로 형성됐다.
아이스크림, 커피 등 제품 가격도 연이어 올랐다. 빙그레와 롯데제과는 지난 1월과 2월 빙과류 품목의 출고가를 10~20%가량 상향 조정했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2월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등 제품 출고가를 평균 9.8% 올렸고 이후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F&B 등도 컵 커피 가격을 10%내외로 인상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초까지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유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유 L당 가격이 3000원선을 훌쩍 넘길 경우 소비자들의 반감 심화로 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흰 우유뿐만 아니라 커피, 아이스크림, 빵 등 관련 식품가 인상이 뒤따를 가능성도 높다.
국산 우유의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오는 2025년부터 미국·유럽·뉴질랜드 우유에 적용되던 관세가 순차적 폐지를 앞두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원유 공급 가격은 음용유를 기준 1L당 999원이다. 반면 뉴질랜드, 미국 등 국가의 원유 공급가격은 절반 수준인 400~500원대에 형성돼있다. 업체들은 최근 단백질 식품, 식물성 우유, 외식사업, 가정간편식(HMR) 등 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해가 지날수록 본업인 유제품 사업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흰 우유의 경우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제품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폭으로 반영한다고 해도 1년 만에 추가 조정하는 것이 업체로선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 인상분에 따라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기업들이 유제품 가격을 많이 올렸고 정부도 강력한 물가 안정책을 펴고 있다"며 "올해 협상에는 기계적인 인상보다 여론 등 변수가 많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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