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바드' 넘어설 한국어 특화 AI '하이퍼클로바X·KoGPT 2.0' 하반기에 공개
카카오브레인, 3~4개 프로젝트 가동...연내 1개 프로젝트 가시적 성과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네이버와 카카오가 연내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어 특화 언어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초거대 인공지능(AI)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서치GPT'를, 카카오는 AI 파운데이션 모델 'KoGPT 2.0' 기반의 'Ko챗GPT(가칭)'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31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GAA 2023' 행사에서 "네이버는 이르면 올해 가을 클로바 스튜디오 형태로 다른 기업들이 새로운 가능성과 사업들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커스텀 된 시스템들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연내에는 생성 AI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로, 네이버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성능을 개선하고, 이를 클로바 스튜디오라는 형태로 참여자들과 공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 역시 이날 행사에서 연내 서비스 상용화 일정을 공유했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올해 어떤 서비스를 보여줄 것인지)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언어모델 자체를 오픈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는 올해 여름 정도면 공개 여부가 결론날 것 같다"며 "또한 카카오브레인은 내부적으로 3~4개의 프로젝트팀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현재는) 이를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연내 1개 정도의 프로젝트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생산성(업무 도구)과 관련해서도 희망하는 파트너사들에게 모델도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31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GAA 2023' 행사에서 발표 중인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이사. [사진=양태훈 기자] |
◆ 네이버·카카오, 초거대 AI 언어모델 차별화 전략 고심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초만 해도 상반기 중에 오픈AI의 '챗GPT'나 구글 '바드(Bard)'와 경쟁할 수 있는 초거대 AI 언어모델과 이를 기반으로 한 버티컬 AI 서비스(개인 비서, 문장 생성 등)를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IT 업계에서는 양사가 언어모델 공개 및 AI 서비스 상용화 일정을 연기한 것을 두고, 한국어 특화 언어모델의 강점과 버티컬 AI 서비스의 차별화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AI 전문 스타트업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아직까지 초거대 AI 언어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물이나 예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GPT4 기반 챗GPT나 바드가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만드는 한국어 특화 모델이 어떤 강점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하이퍼클로바X는 출시 일정이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불안함마저 느끼고 있다. 이는 네이버의 경우 자체 생태계 내에서의 데이터가 일반적인 데이터와 달리 더 다양해서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훨씬 자연스럽고 한국의 역사나 지역적 특성 등에 대해 특화된 대화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네이버 초대규모AI '하이퍼클로바X' 로고. [사진=네이버] |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내부 상황은 알 수 없지만, 현재 상황은 오픈AI와 적극적으로 기존 서비스 및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구글, 메타 등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모든 것을 점령한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현명하게 해외 거대 검색 및 포털에 대응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승부수 및 대응을 기대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비슷한 목적의 기술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갖추고 있는 서비스로 자신만의 무기를 확실하게 구축해 국내외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로드맵 및 일정을 조율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언어모델 및 AI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초거대 AI 언어모델을 이용해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안에 대한 로드맵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학습하며, 특히 한국어 모델은 네이버 플랫폼 상의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도도 높게 학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이를 통해 유통, 물류, 건설, 교육, 공공 등 다양한 업계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미 SK C&C, 한글과컴퓨터 등 다양한 업계와 하이퍼클로바X의 활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포털 경쟁력에 한류 열풍까지...전문가들 "네이버·카카오 글로벌 경쟁력 충분"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챗GPT나 바드보다 서비스 상용화 시점은 늦었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외 시장에서 양사가 빅테크 기업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을 점령한 구글(2022년 5월 기준 92.05%)에게 맞서 유일하게 자국 포털 사이트 점유율을 내주지 않을 정도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K-콘텐츠로 불리는 한류 열풍으로 인해 기회요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GAA 2023' 행사에서 발표 중인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 [사진=양태훈 기자] |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유한 한국 내 데이터를 활용하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AI 모델이 한국의 특수한 문화적 맥락에 더욱 잘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 국한된 부동산 서비스 같은 것이다. 한국에 특화된 도메인에 대해서는 양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세부적인 도메인에 있어서는 그 나라 고유한 문화가 들어가 있다. 한국은 전 세계 포털 시장을 점령한 구글이 유일하게 완전히 점유하지 못한 시장으로, 문화적 코드가 강하다. 따라서 문화적 코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응을 잘 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당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로 진출해서 곧바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 꾸준히 해외 데이터와 콘텐츠를 학습하게 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AI 연합군을 형성하면 하드웨어부터 네트워크까지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더욱이 구글이 바드를 소개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는데, 이는 K-콘텐츠의 영향력을 고려한 것이다. K-콘텐츠는 현재 (폐쇄적인) 중국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이에 기반한 서비스는 충분한 유입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도 "이미지 및 비디오 등의 생성물은 실제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마케팅 및 유통에 이르는 프로세스가 핵심이다. 그 가운데 생성형 AI 분야가 결합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의 도전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또한 생성된 이미지와 비디오 등의 미디어 분야를 넘어서 멀티모달 형태의 기술들은 국내에서도 지난 수년간의 연구 기관이나 기업들의 기술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진행했으며, IT 기술과 더불어 AI 기술로 다양한 분야와 산업에 생성형 콘텐츠는 물론 융합형 서비스로 충분히 국내와 해외 시장을 사수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네이버 역시 국내외 시장에서의 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와 영어를 학습하고 있고, 두 언어에 대해서 모두 우수한 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특히 한국어는 네이버 플랫폼 상의 양질의 데이터들을 학습하기 때문에 한국어 유창성을 넘어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를 통해 유통, 물류, 건설, 교육, 공공 등 다양한 업계에서 기반 기술로서 하이퍼클로바X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플러그인 생태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미 네이버는 커뮤니티, 쇼핑, 로컬, 엔터테인먼트 등 초거대 AI를 활용해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API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네이버 내부 서비스 생태계를 초거대 AI 플러그인 형태로 연결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응용하면 외부 서비스들과도 더 확장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모든 국가에 통용되는 유니버설한 AI는 앞으로 AI 시장이 성숙할수록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만드는 영어 또는 중국어 중심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 효과는 다른 국가에서는 적어도 영어, 중국어 중심 산업보다는 적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서 각 국가의 문화와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 자국어 중심의 초거대 언어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소버린 AI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증가할 것이고, 미국과 중국 외 글로벌에서 거의 유일하게 초거대 AI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네이버)이 비영어권 국가 중심으로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네이버도 경쟁력 있는 국내 초거대 AI 생태계를 바탕으로 일본, 동남아, 중동 등에 진출하여 해당 국가에서의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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