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태성 기자 = "그동안 어렵게 이코노미를 탔는데 퍼스트 클래스를 탄 기분입니다"
지난 25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 소식이 공표되던 브리핑 자리에서 한재흥 KAIST 인공위성연구소장이 밝힌 소감이다.
이태성 경제부 기자 |
그동안은 국내의 연구기관이나 기업에서 위성을 개발해도 해외 발사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엔 개발과 운용이 모두 국내에서 진행되는 발사체를 이용하니 그 과정이 전에 비해 순탄했다는 뜻이다.
누리호 3차 발사는 처음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했다는 것 말고도 중요한 의미가 한 가지 더 있다. 국내에서 독자개발한 우주발사체의 핵심 기술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첫발을 떼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발사에서 발사 준비, 운용 과정에 처음으로 참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했다.
오는 2027년까지 4~6차의 추가 발사 과정에서 발사체 제작을 주관하는 등 누리호 사업의 전반을 주도하게 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3월에는 국내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독자기술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을 활용해 민간기업 중 최초로 시험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는 국내 우주산업계에서 유의미한 일들이 이어지면서 민간 중심의 산업생태계 조성에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와는 반대로 국내의 우주개발을 총괄할 전담조직 구성은 정치권의 충돌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가 연내 개청을 목표로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주개발은 그 중요성이 커 범부처로 이뤄져야 하는데 일개 부처 산하의 청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반대의 근거이다.
야당은 과기부의 외청격인 우주항공청을 범부처 조직인 우주전략본부로 격상시켜 그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개발이 중요하니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정쟁이 과열돼 자칫 새로운 전담조직의 구성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점차 이벤트는 많아지고, 인력 수요도 늘어나는데 그에 대한 자원 배분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개발 분야에 정통한 교수는 "기관의 소속이 어디든 앞으로 맡게 될 역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며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한 권한과 역할이 특별법에 포함되면 된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국가 간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우주개발을 지원하는 전담기구 설립이 지연돼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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