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 퇴근시간대인 오후 7시경 7호선 대림역 에스컬레이터에서는 50대 남성 취객이 뒤로 넘어지면서 뒤에 있던 여성 3명도 함께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여성들은 직원과 119의 구호를 받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남성은 병원 후송을 거부하다 파출소로 이동했다.
# 20대 남성이 만취한 상태로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순회 중이던 역 근무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열차 운행이 곧 종료되니 역사 밖으로 나갈 것을 요청하였으나, 승객은 욕설과 함께 담배연기를 근무자의 얼굴에 내뿜으며 지시에 따르지 않았고 급기야 밀쳐 넘어트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가했다. 경찰이 출동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서야 주취폭력이 끝날 수 있었다.
서울교통공사가 '주취 지하철 탑승'에 따른 사고 및 폭력 위험성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가장 많은 사고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짐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취 승객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이 권장된다.
주취 사고 위험성 및 주취 폭력 방지 홍보 행사 모습 [사진=서울교통공사] |
2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5일 16시부터 종로3가역에서 대한노인회·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합동으로 홍보 행사를 열어 음주 후 지하철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고 직원 대상 폭력 방지를 호소했다.
참여한 인원은 공사 직원 13명, 유관기관 13명(대한노인회 9명, 한국승강기안전공단 4명)으로 총 26명이었다.
참여자들은 인근 가게에서의 음주가 잦은 탑골공원 근처 1·5번 출구와 역사 내 1·3호선 환승통로에서 현수막과 안내 피켓 등을 활용, 음주 후 주의해야 할 점을 포함한 올바른 지하철 이용 예절을 이용객에게 알렸다.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로 접수된 취객 관련 문자민원은 올해 1분기(1월~3월)까지 총 2469건이었다. 주취 사고는 일상회복 및 지하철 이용객 증가로 작년 동 기간과 비교해 증가했다.
많은 주취 사고가 에스컬레이터 또는 계단에서 발생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고 이동하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다치는 사고들이다.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서의 전도 사고는 본인뿐 아니라 함께 이동 중이던 타인까지 휘말릴 수 있기에 특히 위험하다.
기상천외한 이상행동을 보인 사례도 많았다. 역사 내 비치된 소화기를 갑자기 분사하며 난동을 피우거나 이유 없이 고객안전실에 들어와 문 앞에서 주저앉고 귀가를 거부하며 역 직원의 업무를 방해하기, 대합실 바닥에 대변을 눈 채 그대로 쓰러지기 등 다양한 기행이 있었다.
주취자에 의한 역 직원과 지하철 보안관들이 폭언과 폭행 피해를 입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직원이 주취자로부터 폭언·폭행당한 사건은 27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체 폭언·폭행 중 주취자가 원인인 비율은 2023년 4월 기준 65.5%로 2020년 31.2%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승강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취객(좌측), 이를 제지하자 승객은 직원들에게 달려들어 욕설을 퍼붓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사진=서울교통공사] |
음주 이후에는 누구든 평상시보다 판단이 늦어지고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구역질이 나거나 속이 안 좋은 경우에는 잠시 내려 역 화장실을 찾아 불편을 해결한 후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공사는 지하철 주취 사고와 폭력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객들이 '음주'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용 예절을 지키면서 직원과 고객이 서로 존중하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야 함을 강조했다.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지하철은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시설로, 만취한 승객 한 명의 부주의한 행동이 자칫 다수 이용객에게 큰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며 "음주 후에는 힘드시겠지만 가능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고 시민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을 존중하여 대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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