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난 3월 초 서울 마포구의 한 경찰서에 '중년 남성이 길거리에서 소리 지르고 난동을 피운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A씨가 정신질환자임을 확인하고 은평구의 응급입원병원으로 갔지만 '입원이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A씨는 경찰과 함께 서울 전역을 돌다 신고 다섯 시간 만에 경기도까지 가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반려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신병상 수가 급감한데다 의료 수가가 낮은 탓에 병원들이 입원을 꺼려 하면서 경찰들은 정신질환자 대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뉴스핌이 확보한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응급입원 신청 대비 반려 비율은 2019년 2.83%에서 지난해 9.88%로 3.5배 가까이 늘었다. 반려 건수로 봐도 2019년 214건에서 지난해 1002건으로 4.6배 급증했다.
경찰들은 '응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신질환자들의 응급입원병원을 찾기 위해 수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경찰 간부 A씨는 "그나마 수도권 쪽은 서울에 가능한 곳이 없으면 경기도라도 가는데 지방에서 근무할 땐 온종일 찾아 헤맨 적도 있다"며 "관련 시설이 확대되고 있긴 하나 아직은 정신질환자 입원 시스템이나 시설이 부족하다. 경찰력 낭비도 상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전국 8곳이 운영 중이며 올해 2곳이 추가로 선정됐다. 이곳에선 정신응급팀이 24시간 대기하면서 외과 치료와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한다. 복지부가 2025년까지 총 14곳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선 경찰들은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생활질서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응급입원은 대부분 야간에 많이 이뤄지는데 야간 당직 정신과 의사가 병원에 거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며 "그나마 병원을 찾게 돼도 관리가 힘들고 돈이 별로 안 되다 보니 대부분 입원을 꺼려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정신응급진료 개선을 위해 수가 조정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손지훈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정신과 병의원 수가 많이 부족하다. 권역정신응급센터도 종합병원 중심으로 설치 중인데 아직 지정이 많이 안 돼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병상도 많이 줄고 종합병원은 정신과 수가도 적어서 병원 입장에선 손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 지원을 통한 수가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신질환 범죄자의 경우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 법무부 치료감호소의 처우도 함께 개선해 치료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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