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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환 주수단대사 "한국 도착 후 총소리가 안들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기사입력 : 2023년04월26일 18:06

최종수정 : 2023년04월26일 18:06

긴박했던 한국교민들 수단 대피과정 막전막후
작전명 '프라미스' 성공은 '외교전의 종합판'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정부군과 반군 간 무력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수단을 탈출해 지난 25일 무사히 교민들과 함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남궁환 주수단대사는 26일 "(지난밤) 총소리가 들리지 않자 적응이 안돼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긴박했던 수단 탈출과정에 대해 "수단에서 총소리는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이상을 들었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남궁환 주수단대사가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기자실에서 수단 교민 긴급 대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4.26 yooksa@newspim.com

이번 수단 교민 철수작전(작전명 '프라미스', Promise·약속)은 정부가 재외국민을 위해 육해공군 합동전력을 투입한 최초 사례로 '외교전의 종합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수단 교민 탈출 작전은 모가디슈보다 더한 최고 난이도의 위기 상황이었다"며 "이번 작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TF(태스크포스) 설치 지시와 군 수송기 급파, 청해부대 이동, 신속대응팀 파견 등 외교부의 적극적 대응이 어우러져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외교부 본부와 남궁환 주수단대사는 먼저 수단 내 교전지 곳곳에 흩어져 있던 교민 28명을 대사관으로 피신시킨 뒤 치열한 외교전에 들어갔다.

먼저 교민들을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교전중인 정부군과 반군의 체크포인트(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선 외교관 신분증이 필요했다. 이에 남 대사가 직접 방탄차량을 몰고 나가 교민 한 명 한 명을 태워왔고, 교민들을 집결시키던 주은혜 참사관은 극도의 긴장과 피로에 중도에 쓰러지기도 했다. 대사관이 위성전화기 3대와 무전기 9대를 보유하고 있어 교민들 이송 및 외부세계와의 통신을 통해 작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주수단한국대사관에서 주수단UAE대사관저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중인 차량 행렬. 2023.04.26 [사진=외교부]

주수단 한국대사관은 격전지인 하르툼 공항과 불과 1.3km 떨어진 곳이지만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 다행히 군사적 표적이 되지 않았다. 수단 거주 교민 중 귀환을 원치 않은 인원을 제외한 28명이 모두 대사관에 집결한 것이 사흘 전인 22일이다.

대사관에 모여 컵라면으로 연명하던 교민들은 수단의 '이드 알피트르'(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3일간의 명절) 72시간 휴전에 맞춰 23일 새벽 버스를 이용한 육로 탈출을 시도했다. 이들은 대사관에서 준비한 김밥 100여 줄과 각자 가져온 식량을 갖고 수도 하르툼에서 버스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 차량이 호송하는 대열에 합류해 수단 북동쪽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향했다.

당초 정부는 하늘길을 통해 하르툼에서 교민들을 이송하려 했으나 산발적 교전이 이어지고 항공기가 불에 타는 등 공항 상황이 여의치 않자 육로를 이용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늘길 대신 육로 탈출을 결정한 정부는 UAE 등의 정보 지원과 협조를 받아 840㎞짜리 지름길 대신 도로가 거칠고 긴 1170㎞ 길을 택했다. 포트수단 공항까지 꼬박 36시간이 걸렸다.

외교부는 이번 탈출과정에서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역내 강국과 미국 등 서방 주요까지 모두 접촉했는데, 특히 UAE의 협조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UAE가 프라미스 작전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수단이 아프리카 국가이긴 하지만 종교가 이슬람으로 같고, 또 아랍 연맹의 회원국이라 이슬람이라는 공동 유대가 있어 교류 관계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또 수단 정부군과 UAE가 친분 관계가 많았던 걸로 들었다. 그런 것들이 이번에 이동 경로상의 정보 파악이라든가 아니면 정부군 쪽으로부터의 협조 확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다른 당국자는 "우리 탈출 인력이 소규모라 현장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정보가 정확하다고 판단된 UAE와 함께 움직였다"고 전했다.

한국 신속대응팀은 수단 교민 대피 과정에서 길을 잃었던 일본인 5명을 대사관 차량에 태워 포트수단 공항까지 이송하는 탈출과정에도 도움을 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협력해 준 한국, UAE를 비롯해 각 관련국 및 유엔 등 관련 기관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한 이유다.

포트수단 공항을 통해 수단 교민들을 대피시키는 신속대응팀 단장으로 현지에 파견된 최영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은 "저희가 공항에 있으면서 한 일은 수단 교민들 출국하는데 있어 전혀 시간 지체 없이 빨리 우리 수송기로 탑승할 수 있도록 사전 협의를 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최 실장은 "특히 교민분들 중에 여섯 분이 여권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분들이 여권 없이 출국하는 데 문제 없도록 그런 준비를 했고, 또 나오신 분들 중에 기르시던 애완견과 애완묘를 데리고 오신 분들이 있어서 그것도 출국할 때 문제 없도록 사전에 협의를 해서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수단을 탈출해 한국에 도착한 수단교민(18명)과 대사관 직원 및 가족들은 모두 28명인데, 교민 가운데 반려견 1마리와 반려묘 2마리를 데리고 함께 대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어 함께 나왔다는 전언이다.

외교부는 프라미스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수단 현지 대사관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사우디 젯다 주재 총영사관 직원 1명을 지정해 비상근무체계로 공관 기능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남=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해 가족을 만나고 있다. 2023.04.25 pho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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