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노동이즈백] 임금격차와 총액임금제

기사입력 : 2023년04월21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4월21일 08:00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

미국 코넬대학에서 경제학 공부를 한 박영범 교수는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노동연구원에서의 10여년의 정책연구 활동이후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한성대학교 명예교수다.

최저임금제, 고용허가제, 고용보험 주요 고용노동 정책 수립의 초기단계에 참여했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원장으로 이명박 정부의 '선취업후진학' 정책,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능력중심사회 구축'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지원했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 위원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영범 교수의 고용노동정책의 정책 수립 과정에 얽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고용노동시장 현실을 곱씹어 보고자 한다.

박영범 교수.

노사관계 격변기에 봇물처럼 분출하는 노사분규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임금인상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저유가, 저달러, 저금리 현상인 '3저(低) 호황'으로 고도성장을 하고 있어서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는 더욱 거셌다.

권위주의 정부에서와 같이 임금을 통제할 수 없어서 고임금이 고물가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의 지불 능력 차이로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확대될 수 있어서 정부의 고민은 컸다.

합리적인 임금교섭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노동연구원은 1989년부터 '임금교섭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는데 토론회는 1995년까지 계속되었다. 첫 해는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네 곳에서 개최하였다. 필자는 1989년과 1990년에 '임금교섭의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하였는데, 토론회장에 앉을 좌석이 모자라서 참가자들이 복도에서 신문지를 깔고 들을 정도로 관심과 열기가 뜨거웠다.

임금이 급하게 오르자 경제기획원을 중심으로 경제부처에서 임금 인상을 통제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경제기획원에서 제시한 방안이 싱가포르의 임금위원회와 같은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것이었는데, 필자는 관련하여 1989년에 싱가포르에 출장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노동부는 당시 상황에서 임금을 통제할 수도 없고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는 않다는 의견이어서 부처 간에 정책 기조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

부처 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정책기조를 정하기 위한 회의가 김인호 경제기획원 경제정책국 국장(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역임) 주재로 KDI 김중수 박사(한국은행 총재 등 역임), 한국은행 조사부장, 그리고 필자가 참석하여 열렸다. 필자는 싱가포르는 건국 초 부터 노동조합이 대등한 파트너로 국정운용에 참여하고 있는 등 우리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주장하였고 김인호 국장이 최종적으로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회의는 종결되었다.

[출처:한국노동연구원]

임금이 급속도로 오르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임금을 더 올리자 정부는 '한자리 숫자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임금교섭 인상률은 10% 미만으로 하면서 기업들이 수당 신설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는 10% 이상으로 임금을 올렸기 때문이다.

1991년 최병렬 노동부 장관(한나라당 대표 등 역임)은 총액기준의 임금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총액임금제의 법제화를 추진하였다. 국제기준에 맞는 노동법 개정과 맞물리면서 총액임금제의 법제화는 실현되지 않았으나 1992년부터 정부는 공무원과 공공부문은 총액에 기준하여 임금을 인상하고 민간부분에 대해서는 총액기준으로 임금교섭에서 노사 간에 합의를 하는 것으로 유도하는 총액임금제 정책을 추진하였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지금은 더욱 커졌다. 노동계는 산업교섭의 법제화를 임금격차 완화의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공장 노조의 경우 기업별 지부가 여전히 교섭권을 가지고 있는 무늬만 산별노조 체계가 대세인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완화의 방안으로 산별노조는 실효성이 없다.

최병렬 장관이 주장하였던 총액임금제가 법제화되었다면 법제화를 계기로 고질적인 대졸자 취업난,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의 원인인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중고령자를 정규직 노동시장에서 조기 퇴출시키고 있는 연공급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단초가 되었을 수도 있다.

박영범 교수 약력= △1956년 서울 출생 △한국외대 영어학·경제학 학사, 미국 코넬대 대학원 석·박사 △산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및 연구조정실장 △국가기술자격정책심의위원회 위원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노동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한성대 교무처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