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국민의힘 국회 상대로 권한쟁의 청구
민형배 '위장 탈당' , 檢 수사권 침해 등 쟁점
법조계 "일부 인용 혹은 기각 가능성에 무게"
"입법 절차 위헌성~법안 무효까지 인정하느냐가 관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지난해 정치권과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위헌 여부가 23일 결정된다. 법안 시행된 지 6개월 만이다. 헌재 판단에 따라 검찰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의 위상까지 달라질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법무부·검찰과 국민의힘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23일 내린다.
국회는 지난해 4~5월 본회의를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같은 해 9월 시행됐다.
법무부·검찰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한다며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국민의힘은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등 입법 절차를 문제 삼고 있다.
법조계는 헌재가 일부 인용 혹은 기각 판결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재판관들이 입법 절차의 위헌성 외에 법안 자체의 무효 청구도 받아들일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2022.07.12 mironj19@newspim.com |
◆ 쟁점은 입법 절차 위헌성, 檢 수사권 침해
헌재 선고의 쟁점은 입법 절차의 위헌성과 검찰 수사권 침해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을 강행하고자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비교섭단체 안건조정위원으로 지정해 법안을 의결시켰다고 주장한다. 입법 당시 민주당에게 유리한 표결을 할 것으로 예상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뒤 민 의원이 탈당 수순을 밟자 '위장 탈당' 논란이 일었다.
아울러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절차를 '회기 쪼개기' 방식으로 무력화했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같은 법률안 상정 행위로 인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는 입장"이지만 피청구인 자격인 국회 측은 "안건조정위원 선임은 국회 자율권 범위 내에서 회의체를 구성하는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검찰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검찰 수사권 침해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일선 검사들은 국회의 입법 행위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해 모두 무효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는 법무부 장관에게 권한쟁의심판 청구 적격성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검찰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권만 있을 뿐 구체적인 사건은 검찰총장이 지휘한다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입법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이고, 법무부·검찰은 법안의 검찰 수사권과 영장 청구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어 두 사안 자체가 별개"라며 "헌재가 두 사안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뉴스핌]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청구인측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강일원변호사(왼쪽)와 피청구인측 출석하고 있다. 2022.09.27 |
◆ 헌재 판단 따라 양측 타격 불가피…법안 무효 여부도 관심
권한쟁의심판은 재판관 9명 중 5명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민주당과 법무부·검찰 중 한 쪽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한쟁의심판이 기각될 경우 법무부·검찰은 법안 시행 이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권을 일부 회복시킨 것 이상으로 수사권을 확보할 근거를 잃게 된다.
특히 검찰과 힘을 합쳐 권한쟁의심판과 법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던 한동훈 장관의 위상도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장관은 이 외에도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불리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수완박 무력화를 시도했다.
반면 권한쟁의심판이 인용돼 일부라도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민주당의 검찰개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법안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책임 또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법무부·검찰뿐만 아니라 법조계 대다수가 검수완박 법안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견 수렴이나 공청회 없이 입법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법조계는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릴 경우 입법 절차 외에 법무부·검찰이 주장하는 법안 자체의 위헌성 또한 인정할지 주목하고 있다. 그간 헌재가 국회를 상대로 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입법 절차의 위헌성을 인정한 적은 있지만 법안 자체를 무효 판단한 적은 없다.
2009년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도 헌재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으나, 법안 가결 선포를 무효로 해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절차의 위헌성을 넘어 법안의 무효까지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입법 절차의 위법성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률 무효 주장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