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뉴스핌] 홍재경 기자 =개항이후 근물 문물이 밀물처럼 밀려오던 191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는 큰 가방을 든 양복 차림의 남성과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은 한복의 여성 121명을 태운 일본 겐카이호의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이 울려퍼졌다.
한국 근대 이민사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이듬해 1월 13일. 미국 호놀룰루항에 도착한 미국 상선 갤릭호에서는 102명의 한국인이 내렸다.
3주전 제물포항을 떠난 이민 1세대였다. 이들과 함께 이민길에 나섰으나 미국으로 가기 전 일본에서 있었던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남녀 19명은 하와이행 배에 오르지 못했다.
갖은 고생 끝에 어렵게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1세대 이민자의 80% 가량은 인천 출신이었다.
고국을 떠나 낯선 타국에 터를 잡은 재외동포는 1976년까지만 해도 100만명을 넘지 않았으나 1986년 200만명을 웃돌며 10년새 2배로 늘어났다.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재외동포는 현재 190여개국에 732만여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 하와이 동포들이 재외동포청 인천 설치 지지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
정부는 이들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강화하고 지원을 위해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설치하기로 하고 청사 둘 곳을 찾고 있다.
인천은 일찍이 재외동포청 유치에 나섰다.
국내 몇몇 도시가 유치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인천은 근대 이민사의 출발지라는 역사성과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자리잡고 있어 수요자의 편의성에서 재외동포청의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의 80개 넘는 주요 항공사가 미주와 유럽 등 각국 170여개 도시에 취항, 재외동포들이 쉽게 오갈 수 있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 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건의했다.
인천지역 사회의 재외동포청 유치 노력에 실수요자인 재외동포들의 지지도 큰 힘이 되고 있다.
7만 명에 달하는 하와이 한인 동포사회는 한국 이민사의 시작은 인천에서 시작되고 발전했다며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 유럽한인총연합회,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연합회 등의 교민들도 재외동포청 인천 설치에 찬성하고 있다.
유 시장은 "세계 각지의 재외동포들이 인천을 지지한 가장 큰 이유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자리잡고 있는 등 우수한 교통 인프라에 따른 편의성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재외동포청은 이용자인 재외동포의 편의와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치돼야 한다"며 인천 유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hjk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