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기본요금 인상 후 운송수요 대폭 줄어
서울, 전국 17개 시도중 실차율 낙폭 최대
택시기사 처우 개선 아닌 기피 현상 심화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택시 기본요금이 택시 이용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됐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지난달 큰 폭으로 인상됐지만 정작 택시 매출 증가율은 1%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요금 인상률이 26%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운행효율이 악화된 셈이다.
요금 인상 취지와 달리 택시기사 처우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0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관련 자료를 뉴스핌이 분석한 결과, 서울 중형택시 요금 인상 후 법인택시 매출 증가율은 고작 1%대에 그쳤다.
택시 기본료가 인상된 지난달 1일부터 20일간 택시 한대당 일평균 매출은 20만6608원. 요금 인상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집계된 하루 평균 매출(20만4067원)보다 1.2% 늘어난 수치다.
택시요금 인상률이 26%(3800→4800원)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택시 운송수요는 줄어든 셈이다.
실제 택시 운송수요 지표인 실차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차율은 택시의 하루 운행거리 중 실제 승객을 태워 이동한 실차거리를 비율로 환산한 것이다.
기본요금이 오르기 직전 두 달간 법인택시 한 대의 하루 평균 운행거리는 280km, 이중 승객을 태워 이동한 영업거리(실차율)는 70% 수준인 196km였다. 그러나 택시요금 인상 후 일 평균 운행거리는 272km, 실차율은 60.7%인 159km로 떨어졌다. 운행효율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요금 변동이 없는 나머지 16개 시도와 비교했을 때, 서울의 실차율 낙폭은 전국에서 가장 컸다. 요금 인상 후 서울 법인택시 실차율은 9.3%p 내렸다. 이는 전국 평균 실차율 낙폭치 2.9%p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서울과 대구(4.2%p)를 제외한 15개 시도 실차율 변동치가 0.1~1%p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서울이 전국 평균치를 주도적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기본요금 인상 후 택시 영업건수도 줄었다. 요금 인상 전 택시 한 대당 일평균 영업건수는 24건이었으나 요금 인상 후엔 19건으로 줄었다.
반면 택시 이용과 관련한 불편사항 민원은 늘었다. 지난달 1일~20일 서울시에 접수된 택시 관련 불편민원은 동기 대비 최근 3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승차거부와 도중하차, 부당요금징수, 불친절, 사업구역 외 영업 등 택시 관련 민원은 총 679건으로, 2022년 2월(567건)과 2021년 2월(647건) 한 달간 접수된 민원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 1000원 인상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에서 한 택시 내부에 요금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mironj19@newspim.com |
서울시가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대폭 올린 1차 목적은 운수종사업자들의 처우 개선에 있다. 택시 요금을 인상해 기사 수입이 늘고 처우가 개선되면, 택시 공급량이 늘고 궁극적으로 심야 택시대란도 해소되는 선순환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요금 적용 구간도 기존 2km에서 1.6km로 줄였다.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올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부터는 심야할증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2시간 앞당기고, 할증률은 40%로 높였다.
그러나 실제 요금 인상 이후 법인택시 기사들의 매출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정책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택시대란이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택시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실차율이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당초 취지와 동떨어진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
사납금제에 묶여있는 법인 비가맹택시기사의 경우 처우가 악화될 여지도 있다. 사납금제는 택시기사가 수입 일정액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기본요금 인상을 명목으로 회사가 사납금을 인상할 경우, 이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박 의원은 "택시기사들의 매출 상승효과는 미미한데 요금만 20% 이상 급등했다. 기사 처우 개선에 도움은 안 되고 서민들 부담만 가중된 것"이라며 "정책 효과에 대한 검토 없이 여러 대책을 짜집기식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