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2심 모두 징역 6월·집행유예 2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며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폭행등)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에 대한 항소를 전부 기각하고 원심판결과 같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09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법정진술, 피고인과 피해자의 통화내용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해 이 사건 운전자 폭행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수사기관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이 법률지식이 해박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증거인멸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도 타당하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운전자를 폭행한 이 사건 범행은 교통사고를 유발하여 제3자의 신체나 재산상의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범행으로 그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양측이 양형요소로 제시한 제반 사정들은 이미 원심에서 충분히 고려됐다"면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선고가 끝난 직후 취재진을 만난 이 전 차관은 "변호인들과 상의해서 상고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 택시기사에게 하실 말씀은 없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은 변호사로 일하던 지난 2020년 11월 6일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집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이 전 차관은 이후 택시기사에게 1000만원을 주고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고 허위 진술을 부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차관은 운전자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객관적으로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 금액을 합의금 명목으로 택시기사에게 보낸 뒤 동영상을 지워달라고 하고 운전석에서 내린 상태에서 폭행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허위진술을 부탁했고 이는 불리한 증거를 인멸 또는 은닉해달라는 부탁으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과 피고인 모두 불복해 쌍방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 1월에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을 안전히 귀가시키는 일을 담당한 택시 기사를 무시하고 범행을 저질렀고 객관적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변호사임에도 택시 기사에게 동영상 삭제와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며 "그에 비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볍다"면서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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