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지갑 닫는 소비자들
이마트 '제자리' TR은 '역성장'
영업시간 단축...효율화 불가피
현금창출력 약화, 재무건정성 위협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소비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제품 가격은 오르고 이자 부담은 커졌는데 수입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짝했던 '보복소비'도 주춤해진 상황.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충격에 빠진 유통업계 상황을 점검해 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고금리·고물가 한파가 본격화하며 소비자들이 빠르게 지갑을 닫고 있다. 2018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대형마트업계는 엔데믹 수혜를 누리기도 전에 운영과 비용의 '효율화' 작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내수침체 충격] 글싣는 순서
1. 오픈런도 옛말?…백화점 '꽃놀이' 끝났나
2. 성장세 '뚝'…효율화 등 떠밀린 대형마트
3. 물가인상 직격탄...외식업계 '비명'
◆연말·연초 대목에도 힘 못쓰는 대형마트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8년 하락세를 보인 대형마트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로 증가한 내식수요와 창고형 대형마트 성장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소비패턴 변화 영향이 계속되는 가운데 엔데믹 전환으로 신선식품 구매수요가 감소하면서 대형마트 수익성이 다시 줄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3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2022.09.13 hwang@newspim.com |
대형마트의 구매력 저하는 통계 수치에서도 들어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11월 106.3에서 올해 1월 103.9로 2.4%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대형마트의 소매판매액지수는 12월 -2.3%, 1월 -2.0%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연말·연초 성수기와 대목이 설 연휴가 있었음에도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소비자들이 줄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인 가구의 감소, 외식·배달음식 수요 증가로 오프라인 장보기는 감소한 반면 1~2인 가구 증가, 근거리, 소량구매 선호로 편의점, 온라인 구매수요는 증가한 영향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대형마트와 달리 백화점과 슈퍼마켓, 편의점의 소매판매액지수는 1월 들어 상승했다.
◆'제자리걸음' 이마트, 운영시간 단축...효율화 나서
소비패턴의 변화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 이용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임차료,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 높은 고정비 부담은 대형마트의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큰 요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30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도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29조3335억원, 영업이익은 1451억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6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4.2% 줄었다.
SSG닷컴과 G마켓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이마트 개별실적도 눈에 띄는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매출액은 각각 12조4153억원, 3조38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2.2% 성장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이마트가 1747억원으로 6.3% 증가한 반면 트레이더스는 672억원으로 오히려 26.7%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마트는 본격적으로 점포 운영 효율화에 나섰다. 이마트는 내달 3일부터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 영업 종료 시간을 종전 오후 11시에서 10시로 조정한다. 이마트는 "영업시간 조정은 고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10시 이후 이마트 매장을 찾는 고객 비중은 2020년 4.4%에서 2022년 3.0%로 감소했다.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되고 워라벨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며 퇴근시간은 빨라졌고 대형마트를 찾는 시간대도 앞당겨졌다.
야간 방문 비중은 줄어든 반면 '피크 타임'에 고객들이 몰리는 집중도는 높아졌다. 지난 2020~2022년 시간대별 매장 매출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오후 2~6시가 가장 컸다. 평일에는 40%를 차지했고 주말에는 절반에 육박했다. 오후 2~6시 비중은 2022년이 2020년에 비해 평일은 0.3%P, 주말은 1.4%P 각각 늘었다.
이마트는 영업시간 조정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상품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17일 오전 인천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셀프 계산대에서 상품 결제를 하고 있다. 2022.02.17 mironj19@newspim.com |
◆손님 줄며 현금창출력 '흔들'...재무건정성 위협
대형마트의 경쟁력 악화는 기업의 재무안전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내렸다.
한신평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영업환경 변화에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이지 못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2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창출력 저하로 임차료(리스부채 상환), 이자비용 등 경상적 자금소요에 대응이 어려워 재무부담이 과중하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부채비율 735.5%, 차입금의존도 67.4%를 기록했다.
MBK파트너스로 대주주가 변경된 후 대주 자산매각 등을 통한 인수금융 상환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고,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축소해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등 자체 집객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신평은 "근거리 소량구매 선호, 온라인 수요 이전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 변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점포매각, 제한된 투자진행으로 집객력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임차료 등 고정비부담 상승, 금리상승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