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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⑬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기사입력 : 2023년03월02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09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여행에서 찾은 지방의 매력, 지방 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새로운 곳을 체험하는 것을 좋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그렇다고 긴 산행을 하거나 멋진 관광명소를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다. 때로는 승용차로, 때로는 기차로, 여름에는 자동차에 자전거를 달고 시골길을 정처 없이 다니는 여행이다. 출장이나 국제회의에 가도 주변 도시를 돌아 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북유럽 여행길은 몇 개의 연결 고리가 있다. 하나의 고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틀란드 반도를 연결하는 해상로다. 지금은 코펜하겐과 말뫼 사이를 잊는 다리가 생겨 두 반도가 연결되었지만, 예전에는 헬싱보리(Helsingborg)에서 헬싱외르(Helsingør)를 연결하는 배를 타야 서로 왕래 할 수 있었다. 헬싱외르에 있는 크룬보리(Kronborg)성에는 햄릿의 실제 배경이 되는 연유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체취를 느끼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예전에는 스톡홀름에서 침대열차를 타고 코펜하겐을 지나 독일 함부르크까지 갈 때는 페리가 열차를 싣고 연결해 주었기 때문에 꽤나 운치 있는 여행이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두 번째 연결고리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해상로다.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로 가려면 크루즈선을 타고 건너야 한다. 승용차를 싣고 이동해 핀란드의 전역을 자작나무 숲을 따라 승용차와 자전거로 여름 시골길을 구석구석 다니는 기분은 색다른 묘미를 준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고단한 몸을 풀어 주는 하루 마지막 일정으로 제격이다. 세 번째 고리는 스톡홀름과 발틱3국과 연결되는 해상로다. 헬싱키에서 에스토니아 탈린(Tallin)으로 연결하는 해상로도 있지만, 스톡홀름을 베이스캠프로 생각하면 3국으로 연결되는 해상로가 제일 좋은 대안이다.스톡홀름에서 탈린까지 가는 크루즈선, 그리고 라트비아 벤츠필스(Ventspils)항으로 연결되는 크루즈선 등은 배에서 내려 리투아니아까지 연결된다. 에스토니아 탈린(Tallin)에서 출발해 라트비아 리가 (Riga) 그리고 리투아니아 빌니우스(Vilnius)로 연결되는 발틱3국의 중세마을 체험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 다음으로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연결하는 육로 고리다. 워낙 두 나라의 국경선이 길다 보니 연결하는 도로는 수 없이 많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스웨덴 예테보리, 노르웨이 오슬로 루트는 북유럽을 체험하고자 하는 유럽대륙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안이다. 이 서해안로 (Västkust)는 독일과 네덜란드, 하물며 이태리에서 캐러밴을 몰고 오는 관광객들이 몰려 여름에는 캐러밴의 대이동을 목격할 수 있다.

크룬보리성 [사진=셔터스톡]

굳이 하나 더 추가하자면 네 번째 연결고리는 스웨덴의 예테보리와 덴마크의 프레데릭스함을 연결하는 해상로다. 어느 해 6월 예테보리에서 탄 스테나 라인으로 프레데릭스함으로 향할 때 스웨덴 젊은이들이 부르는 떼 창을 잊을 수 없다. '여름은 짧고, 비 한번 오면 날아가 버리는 계절'을 노래하는 스웨덴의 여름 찬가다. 건너편 덴마크에 도착해 북쪽 방향으로 버스에 오르면 1시간 안에 스카겐(Skagen)이라는 도시에 도착한다.

유틀란드 반도의 끝, 그리고 덴마크의 끝인 도시다. 발틱해의 물이 빠져나가 북해와 만나는 길목에 있는 도시다. 이곳에서는 스카겐파라는 화가들이 모여 함께 인생과 자연, 그리고 낭만을 화폭에 담아 전시를 했다고 한다. 그들이 모여 그린 작품을 한데 모아 놓은 스카겐 미술관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순례지처럼 꼭 들리는 곳이다.

스카겐 마을의 좁은 도로를 따라 역사를 담은 나무집들이 도열해 있다. 미술관과 멋진 모래사장은 동네 사람들을 부유한 시골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기자기 한 집, 카페, 미술박물관이 잘 어우러져 있다. 진한 커피 한잔 그리고 데이니쉬 페스트리와 함께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그 순간 철학자가 되고, 예술가가 되고, 시인이 된다.

그렇게 해서 다닌 북유럽과 발틱 국가의 구석구석에서 그들의 체취를 느꼈다. 차를 몰다가 식사를 위해, 휴식과 함께 커피를 즐기기 위해, 주유를 위해, 길을 묻기 위해, 아니면 하루 숙박을 위해 잠시 머물며 거처 간 곳에서 사람을 만났다. 10년 전, 20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여행 출발하기 전 두꺼운 유럽 지도 책 하나와 노트에 빼곡하게 여행 루트에 따라 잠잘 곳, 식사할 곳, 볼만한 곳을 별표로 그려 가며 적어 놓아야 했다. 언젠가 북유럽 기행의 경험을 책으로 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벌써 15년 전 일이다. 일상에 파묻혀 있다가 새로운 여행계획을 실행 하다 보니 잊혀진 것이 아쉽다.

스카겐 [사진=셔터스톡]

여행에서 발견한 지방 경쟁력

북유럽 4개국을 자동차로 구석구석을 다니며 본 도시들, 사람 사는 모습들, 그리고 문화의 수준과 삶의 질, 그들과의 대화를 떠 올리며 지방 균형발전을 생각해 본다.

스톡홀름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길목은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어 시골길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국도를 타고 꼬불꼬불 달려야 한다. 북유럽의 국도는 거의 예외 없이 도심을 관통한다. 도심에는 문화의 집(Kulturhuset)이 꼭 하나씩 있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정치토론도 하고, 실내 음악공연,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북유럽의 특징은 전국 어디를 가도 시내 중심가에는 똑 같은 체인점 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도 인구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아 중심가 (이곳에서는 센투룸, centrum이라 부른다)는 약속이라도 한 듯 똑 같은 상가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스톡홀름이나 지방 도시 어디를 가도 쇼핑몰 상가 모습은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이 덕분에 같은 브랜드의 옷, 신발, 그리고 액세서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빈부격차나 삶의 질이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헬싱키에서 북쪽 스웨덴 국경지대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분위기다. 처음에는 울창한 숲과 끝없는 호수들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지만 1~2시간 차를 몰고 가다 보면, 이제는 눈의 피로 때문인지, 감동을 워낙 처음에 크게 받아서 그런지 더 큰 감흥은 주지 못한다. 그만큼 끝없이 펼쳐지는 숲, 호수, 숲, 호수, 그리고 조그만 마을, 숲, 호수가 반복된다. 중간 중간 숙박을 하게 되는 마을에서 맥주 한잔을 놓고 이야기 하는 현지인들에게서 핀란드의 두 가지 자랑을 듣는다. 지역 맥주와 사우나. 어디를 가도 체험 추천 순위 1-2위에 오른다. 핀란드의 지역 펍에서 맛보는 맥주는 독특했고 숙박지 사우나는 가는 곳마다 조금씩 다양했다. 두 개의 조합이 핀란드의 관광 산업을 이끄는 동력이다. 여기에 북극권에 속하는 대자연은 관광객을 자석같이 끌어 들인다. 겨울 설원에서 펼쳐지는 오로라관람과 연계된 북구사슴 썰매 체험은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가 갖는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노르웨이는 피요르드 자연이 압권이다. 전국 어디를 가도 피요르드가 깊숙이 들어와 있어 높은 봉우리에서 쏟아 내는 폭포들과 함께 풍광은 그대로 동양화의 화폭을 담고 있다. 피요르드로 연결되는 특성 상 작은 배들도 자동차를 실을 수 있을 튼튼하다. 배에서 내려 자동차를 끌고 조금만 몰면 바로 산중턱까지 이른다. 그만큼 높은 산의 절경과 좁은 길이 굽이굽이 연결되어 감탄과 스릴을 함께 맛 볼 수 있다. 좁은 길에 폭이 넓은 캐러밴이 다가 오면 서로 갓길까지 고개를 빼고 확인하면서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한다. 간혹 자동차 바퀴가 도랑에 빠져 반쯤 넘어져 있는 캐러밴을 볼 때마다 노르웨이 지방정부의 도로계획을 탓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향하는 시골마을 들을 자동차로 구석구석 다녀 보면 여기가 오슬로 인지, 베르겐인지, 시골인지 도시인지 구분이 되질 않을 때가 많다. 그만큼 도시 간 격차를 거의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도시를 가나 외곽에 이케아가 들어서 있고, 노르웨이 특유의 건축양식이 도시마다 반복된다. 나무집들은 수채화의 색채로 옷을 입고 있어 자연과 함께 곳곳에 서양화를 품고 있는 듯하다. 북유럽 국가들을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시골마을 조차 대도시의 일부를 옮겨 놓은 것과 같이 부의 분배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국제적 매너와 영어 소통도 큰 차이가 없다. 지구의 북쪽 끝 도시라는 노르드캅(Nordkapp)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품새, 외국인을 대하는 매너는 오슬로에서 경험한 것들과 한 치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북유럽에서는 시골에서 사는 것이 도시보다 낫겠다는 결론을 내릴 때가 많다. 스톡홀름, 코펜하겐, 오슬로, 헬싱키에서 살면서 높은 주택가격, 물가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전철, 버스, 계단을 오르내리며 출퇴근을 하느니, 좀 더 저렴한 주택 가격으로 생기는 여유 자금으로 여행과 관광, 문화생활, 자연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삶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원하는 직장이 시골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다. 하지만 말이 시골이지 가까운 곳에 대학이나 병원, 시의회, 시청, 박물관, 영화관, 연극 공연장들이 있고, 국가기관, 산업시설이 전국에 걸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도시 간 산업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한 스웨덴의 스몰란드 모델(Småland model)은 성공한 사례로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스몰란드는 이케아의 신화가 시작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지역은 산업화 시기동안 도시별로 특화된 가구산업, 고무산업, 금속산업, 무기산업, 목재산업, 크리스털 산업 등이 경쟁력을 잃고 사양화 될 때 주지사, 시장, 기업인 들이 모여 논의하며 상생모델이 탄생했다. 새로운 디자인과 접목한 가구산업 클러스터, 고무와 금속산업을 연계해 구축한 타이어 산업단지 (자동차 바퀴부터 트랙터 바퀴, 대형트럭 바퀴까지 다양한 모델 개발), 무기산업 경쟁력을 가전, 버너, 등산장비 등 여가산업, 임업장비 산업 특화단지, 목재산업 특화 도시끼리 연계해 조립식 가구 산업클러스터, 크리스털 생산 도시와 대학이 서로 연계한 크리스털 제조, 교육, 관광 등 크리스털 산학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스웨덴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경제 성공 사례가 되었다. 매년 자체 산업박람회도 개최해 지역경제를 세계화 시키는데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지방에 경쟁력 있는 신산업이 활성화되면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주변 도시에서 온 학생들을 교육시켜 지역에 남아 활동하는 비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수도에 있는 대학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지방공무원과 스톡홀름 시 공무원이나 중앙공무원 임금수준이 비슷하고, 지방에 있는 기업들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니 굳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대 도시로 갈 필요는 더 더욱 없는 셈이다. 지방도시의 국제공항에서 유럽 대도시를 다녀오는 것이 더 쉽다 보니 수도에서 살다가 지방으로 옮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스웨덴 룰레오 [사진=셔터스톡]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도시 사람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 참가한 부부를 소개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부부는 룰레오(Luleå) 라는 북극(Artic circle) 지역에 위치한 작은 시골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핀란드 국경과 가까이 있을 정도로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시골사투리를 쓰지 않아 물어 보니 본래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35년을 살다가 이사했다고 했다. 북쪽의 사투리는 몇 마디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다. 35년 전 스웨덴 생활을 시작한 곳도 옹에(Ånge) 라는 작은 북쪽 마을 이었다. 북쪽 지방 사람들은 대화할 때 입술을 모아 숨을 들이 마시며 "슈" 소리와 같은 바람소리를 내는 습관들이 있다. 처음에는 이들이 입에 목캔디 같은 것을 입에 넣고 있는지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래, 맞아" 하면서 장단을 맞춰 주는 동의적 표현을 할 때 이렇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몇 마디만 나눠 보면 북쪽 지방에서 온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두 부부에게는 그런 억양이 없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왜 수도 스톡홀름에서 살다가 시골도시 룰레오로 이사 갔을까?

"스톡홀름에서는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아이들이 둘이 있어 4명이 사는 아파트 생활은 서로의 배려를 필요로 했지요. 값이 워낙 비싸서 큰 아파트는 엄두도 못 냈지요. 그래픽 디자이너인 부인과 공무원인 저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대중교통으로 출근 했습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이 소요됩니다. 주중에는 여유가 없어 출퇴근만 하는 생활이었지요. 주말에는 스톡홀름의 자연을 즐겼습니다. 종종 문화생활도 즐겼지요. 오페라를 좋아해 자주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 가면서 집은 점점 더 작아져 갔지요. 집을 알아보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더 외곽으로 나가야만 조금 큰 집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스톡홀름 생활에 회의가 생겼습니다. 이 때 TV에서 룰레오 도시를 소개하는 이주홍보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심장도 빠르게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분된 듯 말을 이어 갔다. "아, 여기면 우리가족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겠구나. 바로 실행에 옮겼지요. 직장을 알아보고, 아파트를 정리하고, 그해 봄 룰레오에 올라가 큰 저택을 구입했습니다. 개인주택인데 개인 풀장, 사우나시설, 벽난로, 개인 요트 선착장이 있는 2층 집이었습니다."

문화생활, 학교, 삶의 질에 차이가 없는지 물었다. "문화생활 수준은 스톡홀름 생활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겨 파리, 런던, 비인에 가서 오페라를 즐기는 횟수가 많아져 차라리 더 높아진 듯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훨씬 더 좋다고 하더군요. 스톡홀름 때보다 더 자연친화적이고, 수업의 질은 큰 차이가 없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과목이 많아 사람, 역사, 지리, 지역경제 등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부인도 함께 거들었다. "대도시 생활에서 잃는 것보다 시골 삶에서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우선 가족끼리 있는 시간이 많아져 경제적 여유분을 자연과 함께 하는 스포츠에 투자합니다. 겨울에서 함께 크로스컨트리 노르딕스킹을 즐기고, 여름에는 요트 생활과 마운틴 바이크 트래킹을 가족과 함께 합니다. 삶의 질이 훨씬 더 좋아졌지요. 이 도시에는 공과대학이 있어 교육도시라 외국학생들도 많이 옵니다. 시골이지만 국제적 도시인 셈이지요."

북유럽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체험해 본 다양한 숙박시설도 경쟁력을 더 키워준다. 가정에서 운영하는 B&B는 북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다. 농가에서 운영하는 B&B는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곳에 묵는 것이 호텔보다 저렴하고 주인아주머니께서 해 주시는 시골 집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누는 삶의 이야기, 생각 들을 나눌 수 있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조금 큰 B&B에는 아담한 거실, 식당, 도서관 벽난로에서 옹기종기 모여 주인과 손님들이 함께 하는 커피 타임은 다른 유럽 도시에서 맛 볼 수 없는 아기자기 함이 묻어 있다. 지역 특색을 담고 있는 일반 가정의 향취, 농장에서 수확한 과일과 야채, 속이 더 노란 계란 프라이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와 함께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고성과 대저택 들을 호텔, 스파, 승마, 카누, 골프 등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체험 스포츠와 연계된 고급숙박시설들(Herrgård)도 관광산업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새로운 동네들을 들어설 때 숙박시설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정도로 괜찮은 곳이 참 많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숙박시설들은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모텔 문화가 없어 가족과 함께 숙박과 여가생활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여기에 여행을 더 재미있게 하는 요소 들이 산재해 있다. 물가가 치솟는 요즘에는 세컨핸드와 앤틱 가게들이 인기다. 도시마다 폐점하는 일반 상점들은 늘어나고 있어도 세컨핸드 가게는 불황을 모르고 계속 늘어나고 추세다. 시골 작은 마을부터 큰 도시의 가게까지 지역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다. 각 도시마다 특산물이 있어 중고가게 들은 수집가들에게도 특별한 매력을 준다. 예를 들어 스웨덴 스몰란드(Småland) 지방은 크리스털과 도기 중고제품, 덴마크 전역에는 디자인 가구와 전등, 노르웨이는 양털스웨터, 사냥용 칼 등이 중고로 많이 나와 있어 인기를 끈다. 지역이 배출한 알려지지 않은 화가나 공예가 등이 만든 작품들이 간혹 눈에 띄어 스웨덴어로 퓐드(Fynd), 우리말로 "심봤다"를 하는 행운도 찾아온다.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 보면 국도 주변에 벼룩시장(Loppmarknad)이라 써 붙인 팻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잠시 쉬어갈 겸 퓐드를 하고 싶은 관광객들이 몰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문화의 집 [사진=셔터스톡]

지방은 곧 국가 경쟁력

내가 스웨덴에 처음 도착했을 때 지냈던 작은 마을에서 가끔씩 엽서가 온다. "다시 돌아오면 대 환영입니다." 스톡홀름 생활을 접고 다시 돌아오면 더 좋은 이유가 함께 적혀 있다. 위에서 만난 룰레오 부부가 이야기 한 것이 거의 모두 나열되어 있다.

세계화와 지역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만들어진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과 지역과 지역을 묶어 진행되는 거대 지역화(Mega-regionalization)은 도시의 활력과 경쟁력, 그리고 삶의 질을 높여 주는 발전전략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해 볼 만하다. 남부권, 중부권, 북서부권, 북동부권으로 묶고 지방의 산업경쟁력, 연계관광산업, 대학교육 클러스터, 의료(관광)클러스터 등의 다양한 지역간 협조체제 구축은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지방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때 국가는 건강하고, 국민들의 삶은 풍요로워 진다. 지방이 골고루 잘 살고 지방이 강할 때 국가의 경쟁력도 상승한다. 불평불만은 주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할 때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 불평불만이 부의 쏠림과 대물림 현상으로 발생하면 상대적 가치 박탈은 더욱 커진다. 스몰란드 모델은 4차 산업의 도래로 사양 산업으로 발전한 지방 도시들이 새로운 생존과 번영의 길을 모색할 때 유용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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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에서 대통령까지…이재명은 누구?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흙수저' 출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64년 12월 22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공단에서 5년간 '소년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했고,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변호사로서 산업재해 피해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소송을 맡았다.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과 지역사회 부정부패 고발 등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치의 필요성을 느껴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성남시장 선거에 처음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무상교복, 청년배당, 시립의료원 설립 등 복지 정책을 도입하고 재정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한 '청년배당' 정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04 pangbin@newspim.com  이후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선출돼 2021년 10월 25일까지 재임하며, 경기도 전역으로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중 추진한 복지·개혁 정책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다. 2022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전당대회에서 77.8%의 득표율로 당대표로 선출됐다. 앞서 2021년 민주당 경선에서 50.29%의 득표율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됐으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0.73%p 차이로 낙선했다. 이후 21대 대선 경선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신드롬을 형성하며 지지를 모았다. 그는 정치 경력 전반에서 가족과 관련된 논란으로 주목받았다.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아들의 도박 및 성적 게시글 논란, 친형 강제입원 논란 등 가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에서는 그의 체포동의안이 2023년 9월 21일 가결됐고, 위증교사, 대장동, 백현동 개발 등과 관련한 사법적 절차가 이어졌다.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판결이나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고, 일부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민생, 복지, 공정, 민주주의 등 위기 극복을 국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출생기본소득, 사립대 등록금 완화, 남북관계 개선 등 공약을 통해 민생경제와 사회적 약자 지원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아울러 경제 불평등 해소, 사회적 약자 보호, 지역균형 발전 등 정책 과제를 강조하며 취임 초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5.06.02 mironj19@newspim.com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경력과 맞닿아 있는 경제적 약자 정책을 통해 복지와 공정에 방점을 찍었다. 실용, 미래비전을 강조하며 청년층의 일자리, 자산 형성, 주거 안정,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와 정책 추진은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치 경력 외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가족과의 갈등, 어린 시절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가족 간 갈등과 빈곤을 극복하는 과정을 개인적으로 중요한 계기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개인사와 정치 경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는 취임 초기 국정 과제를 중심으로 업무를 준비할 전망이다. 출생기본소득, 사립대 등록금 완화, 남북관계 개선 등 공약 이행에 따른 정책 결정과 추진, 재정 부담 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족과 관련된 논란, 사법 리스크 등은 앞으로도 정치적 논쟁의 한 축으로 계속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당선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이 대통령 출신과 정치 경력, 복지·개혁 중심의 정책 기조는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취임 초기 공약 이행과 동시에 정치적 신뢰와 국민통합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parksj@newspim.com 2025-06-0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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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49.42 김문수 41.15 이준석 8.34%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종 승리를 확정지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오전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총 1728만7513표(득표율 49.42%)를 얻어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439만5639표(41.15%)를 기록해 2위에 머물렀다. 두 후보 간 표 차이는 약 220만 표로 벌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91만7523표(8.34%)를 득표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34만4150표(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3만5791표(0.10%)를 각각 얻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6.04 pangbin@newspim.com 이재명 후보는 호남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광주(84.77%), 전남(85.87%), 전북(82.65%)에서 8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체 승리를 견인했다.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수도권에서도 우위를 보였는데, 서울에서는 47.13%, 인천에서는 51.67%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52.20%의 득표율로 과반을 확보해 승리를 굳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대구(67.62%), 경북(66.87%), 경남(51.99%) 등 영남권에서 강세를 보이며 지지 기반을 결집했다. 부산에서도 51.39%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0.14%)를 앞섰으나, 수도권과 호남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준석 후보는 세종(9.89%), 제주(8.83%), 대전(9.76%) 등에서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다. 권영국 후보는 노동과 진보정치의 메시지를 내세웠지만 1% 미만의 득표율에 그쳤고, 무소속 송진호 후보도 상징적 득표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9.42%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 수는 4439만1871명이며, 투표자 수는 3523만6497명, 유효투표수는 3498만616표, 무효표는 25만5881표였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전 중으로 최종 당선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parksj@newspim.com 2025-06-0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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