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대책,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에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
급매물 소진되자 집주인, 매도호가 높여...수요자는 눈치만
고금리, 미분양 확산 등으로 거래시장 다시 움츠릴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이후 주택 매수심리가 일부 개선되는 상황에서 집값을 올리는 집주인이 늘어 주택 거래량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집값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1·3 대책'을 기점으로 하락폭이 둔화했다. 특히 지난달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저 연 3.25%의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주택 매수심리가 더욱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면서 반등 기미를 보이던 주택 거래가 다시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 급매물 소진에 호가 높이는 집주인, 거래회복 제동 우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 시행으로 9억원 이하 중저가 매물의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매도호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 회복세가 꺾일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1·3 대책과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이후 주택시장에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정일구 기자> |
서울 노원구 중계역 부근 A공인중개소 실장은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이후 재건축 추진 단지를 찾는 손님이 늘고 급매물이 소진되고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수요자들은 저가 급매물만 찾는 반면 집주인들은 급하게 팔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거래 성사가 지난달보다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9억원이 넘는 고가 단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주변 B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높이거나 가격 조정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매도-매수자 간 줄다리기가 심화하는 분위기"라며 "실제 이 단지의 거래량은 이달 현재 11건이 신고됐는데 지난달 기록한 24건은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 확대, 세금 완화 방안 등을 담은 '1·3대책'이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나자 주택시장 관련 지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집값 하락폭이 둔화됐고 경기전망지수, 주택 거래량이 개선됐다. 지난달 말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되면서 자금 여력이 확대된 대기 매수자들이 내집 마련에 나서면서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현상도 보였다.
하지만 급매물 거래가 늘면서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점차 높이고 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실거래가가 높아지자 주택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고 이에 집주인들이 최저가에 형성된 가격으로는 던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거래 과정에서 가격 조정에 후했던 집주인들이 최근 인색해진 것도 거래시장 분위기를 가라앉힌 이유다.
이에 반해 수요자들은 최저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 급매물보다 1억~2억원 저렴한 가족간 거래, 증여로 추정되는 '직거래'가 많은 단지는 거래가 더 힘든 분위기다. 금리인상과 경기둔화에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여전히 우세하기 때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더라도 매도호가가 높아지고 가격 조정이 어려워진 환경에서는 거래시장의 급격한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은 것이다.
◆ 4개월 연속 거래 늘던 서울·경기도, 이달 들어 주춤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보기'가 팽팽해지면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거래량이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4440건 거래됐던 경기도 아파트는 이달(21일 기준) 2432건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월간 거래량이 4000건을 밑돌 것으로 보이며 작년 9월 이후 4개월 연속 보였던 거래 증가세도 제동이 걸린다. 서울은 이달 아파트 거래가 657건으로 월간 1000건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지난달 거래량 1362건을 밑돌게 되며, 서울 역시 5개월 만에 거래 증가세가 꺾인다.
미분양 아파트 확산도 매수심리 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8107가구로 9년 4개월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최근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완판' 단지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올해 1분기 중 7만가구 돌파가 유력하다. '선행 지표격'인 청약시장이 흔들리면 재고 주택시장의 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1·3 대책 이후 나타난 거래량 증가는 저가, 급매물 일부의 일시적 소진된 것으로 거래 분위기가 계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높이는 움직임도 거래시장 분위기를 꺾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