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매출 오히려 늘고, 복지 효과에 퇴사율↓
'워라벨' 맛본 근로자들 "임금 얼마를 줘도 주5일제 NO"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면 재택근무 또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늘면서 주4일 근무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에서 몇 개월 간 주4일제 도입 실험을 해봤더니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가 만족하는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비영리 시민단체 '주4일 글로벌'은 영국 캠브리지대학, 미국 보스턴대학, 영국의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함께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영국 내 61개 업체의 근로자 약 29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주4일제' 파일럿 프로그램의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글로벌 정보통신 업체 '인포빕'의 크로아티아 자크렙 지사 사무실 전경. 2022.04.25 [사진=블룸버그] |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이다. 실험은 기본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되 임금은 그대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 업체들이 꼭 주 32시간이란 엄격한 틀을 적용하지 않아도 "의미있게"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줄였다면 용인됐다. 산업별로 업무 성격이 다르고, 획일적으로 매주 금요일을 정기 근무 휴일로 정한다면 회사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배려에서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직원들 업무 시간은 80%로 줄었지만 참가 업체들의 매출은 평균 1.4% 증가하는 등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6개월이란 실험 기간을 지난 몇 년의 하반기 매출과 비교하니 평균적으로 35%나 증가했다.
근무 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은 건강과 가족과의 시간 등 '워라벨'을 얻었다. 근로자 약 2900명 중 39%가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고, '번아웃 증후군'이 나아졌다고 한 응답자는 무려 71%로 나타났다.
이밖에 수면의 질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40%, 동료 직원들과 긍정적인 교류가 늘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64%, 신체적으로 건강해졌다고 한 응답도 37%였다.
가정과 일의 균형이 개선됐다고 한 응답자는 60%, 개인적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일과 업무 병행이 수월해졌다고 한 응답자는 62%로 나타났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니 가족, 친구들과 보낼 시간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영국 런던 거리를 걷는 가족. [재판매 및 DB금지] 2022.04.30 [사진=블룸버그] |
주4일 근무제가 자동적으로 직원 복지로 작용하면서 퇴사율도 떨어졌다. 실험 참가 업체들의 퇴사 인원은 실험 전보다 57% 감소했다.
이같은 결과에 실험 참가 61개 업체 중 계속해서 주4일 근무를 채택하겠다고 한 기업은 56개(92%)에 달했다. 이중 18개 업체는 항구적으로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 동안 워라벨을 만끽한 근로자들의 15%도 "아무리 많은 임금을 제시해도 절대 주5일 근무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실험에 참가한 근로자의 70%는 아이를 둔 부모다. 주택협회에서 근무하는 A씨는 일주일 중 수요일에 휴무였는데, 출근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신이 육아를 할 수 있어 배우자가 파트타임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알렸다.
사회복지사 B씨에게 늘어난 주말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니 "평소에 해야할 일들을 했다"고 답했다. 마트에서 장보고, 예약한 병원 진료를 가고 미룬 집안일 등을 해 주말인 토·일요일에는 온전히 쉬는 날로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 4일 글로벌'은 실험 보고서에서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직원 복지가 극적으로 향상됐고 경영 생산성이 개선되거나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주4일제가 재택근무처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주4일제야말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니 샌더스 미국 연방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21일 트위터에 관련 기사 링크를 첨부하며 "이제 엄청난 기술 발전과 향상된 근로자 생산성 때문에라도 임금삭감 없는 주4일 근무를 도입할 때다. 기업인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도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