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도 감산 없다는 입장 고수, 위기 속 기회 모색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반도체)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엔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진=김지나 기자] |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있었던 작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69%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DS사업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97%나 줄며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다. 반도체 혹한기, 고스란히 위기를 끌어안은 실적이었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이미 지난달 초 발표한 잠정실적을 통해서도 이미 예고된바 있다. 예상보다 큰 실적 둔화에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감산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 부사장은 컨콜을 통해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지금은 반도체 위기에 대한 이야기 뿐이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뚝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삼성의 투자 패턴은 호황기에 투자를 많이 하고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며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하면 호황기에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한 말이다. 이 말은 위기에 기회, 불황기에 오히려 호황기를 준비하는 삼성전자의 스탠스와 일맥상통한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의 위기지만 부침이 있는 반도체 업황에서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감산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반도체 업황은 올해 하반기 쯤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되지만, 이 역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위기의 끝이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위기에 기회를 준비하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는 시점에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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