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 "20년 넘게 대외적 신용도 쌓았는데...."
코엑스 "대부분 업체 합의...협의 진행해 나갈 것"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코엑스 증축과 함께 문을 연 '상사전시장'이 코엑스의 전시장 확충 방침에 따라 리모델링 작업이 시작되는 가운데, 수십 년 넘게 상사전시장에 입점해 사업을 해 온 업체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길게는 30년 넘게 일궈온 사업 터전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코엑스는 코엑스 2층과 4층에 위치한 상사전시장 입점업체에 올해 말까지 자리를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코엑스 2층과 4층에 위치한 상사전시장은 코엑스에서 중소무역업체 수출입 지원을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쇼룸과 사무실 역할을 동시에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현재 40여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2000년대 상사전시장에 입점해 사업을 해 온 A사 대표는 "상사전시장 입점업체는 보통 10년이 넘고 길게는 30년 넘게 사업을 한 분들도 있다"면서 "20여년 동안 이곳에서 사업을 하면서 대외적 신용도를 쌓았는데, 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결국 이런 무형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코엑스 2층에 위치한 상사전시장. [사진=김지나 기자] |
한국무역협회가 1986년 전액 출자로 설립한 코엑스(옛 한국종합전시장)는 설립 후 증축이 이뤄졌던 1988년 상사전시장 문을 열었다. 기업들의 무역 업무를 지원하는 무역협회가 국내외 바이어들이 원스톱으로 방문하고, 무역상담을 하는 공간으로 상사전시장을 만들어 기업들을 지원한 것이다.
상사전시장 개장 당시 입점업체들은 800개 회사에 육박해 코엑스 전시홀 4개 층 전 공간을 활용했지만, 현재는 그 규모가 2층과 4층 일부 공간으로 쪼그라들었고 입점업체도 40여개 수준으로 줄었다. 코엑스는 이 축소된 상사전시장 공간마저 없애고 일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코엑스 측은 이미 2019년부터 입점업체에 관련 리모델링 계획을 밝혀왔고, 이미 40여개의 입점 업체 중 단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올해 말까지 나가겠다고 합의해 입점업체들과 큰 갈등 없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엑스 관계자는 "이미 40여개 입점업체 중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업체들이 합의서 조건에 동의한 상황"이라며 "동의하지 않은 두 곳 역시 업체의 편에서 협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엑스 측이 제시한 합의서에 동의한 입점업체 사이에서도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상사전시장에 입점해 있는 B업체 대표는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결국 불법 임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결국 나가는 수순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십 년 동안 한 곳에서 사업을 해 온 업체들은 다른 사무실을 알아보는 게 쉽지 않다"면서 "코엑스 측에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 남아있는 상사전시장 입점업체들은 대부분이 무역협회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사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코엑스 측은 빠르게 산업 트렌드가 바뀌다 보니 다양한 중소기업에 전시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전시홀 리모델링 작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동기 코엑스 사장은 지난해 10월 코엑스 전시장 확충 계획을 밝히며 "센터 2층에 중소형 전시회와 회의 개최가 가능한 다목적 전시 이벤트홀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코엑스 관계자는 "이미 상사전시장 입점업체들은 과거 800개에서 40여개로 줄었는데, 공간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들을 위한 인프라 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이미 바이어나 거래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고, 신규 전시를 위한 기업들의 니즈도 많아 전시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이고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입점 업체 중 남고 싶은 업체들에게 코엑스 내 공간을 마련해 주는 대안 역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