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3일 기준금리 0.25%p 인상
금리 경쟁 자제령에 수신금리 3%대로 ↓
5대 은행, 수신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
대출금리 내리면서 주담대 7%대로 하락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한국은행이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신금리 인상은 곧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는 3.5%로 올라섰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11월(4%)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최근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들이 곧바로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수신 금리 인상 여부는 이르면 다음 주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분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수신 상품 금리의 인상 시기와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다음 주 초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수신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하나은행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NH농협은행 역시 "수신금리를 바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상 폭이나 시기는 검토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미 예금금리는 한 달 새 1%p 가량 하락하며, 5%대를 돌파했던 5대 은행 정기예금은 3%~4%대로 낮아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3.83~4.10%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은행 간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이후부터다.
오히려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8%대에서 7%대로 내려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13일 우리은행은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을 0.7%p 내렸다. 이로써 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전날 7.31~8.11%에서 이날 6.41~7.41%로 낮아졌다.
농협은행도 오는 20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최대 0.8%p 인하한다. 이에 7%를 돌파했던 금리는 6%대 초반까지 내려온다. 앞서 신한은행은 연 6%대였던 주담대 최고 금리를 연 5.85%로 인하했고,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주요 주담대 금리를 최대 0.5%p 인하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대출금리 인상 자제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 억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원장은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관전용사모펀드 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이 가산금리 등에 있어 어느 정도 재량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으로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시행한 예금금리 인하 조치는 다음주 코픽스 고시에서 효과를 드러낼 전망이다. 예금금리 인상이나 인하분은 다음 달 15일 발표하는 코픽스에 반영돼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