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국 SR대표 "비정상의 정상화"
"자체조사서 허술한 관리실태 확인…사과 한마디 없다"
"정비비 30% 절감…추가차량 없이 운영 효율성 확대"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수서행 고속철도 SRT 운영사 SR이 지난달 30일 발생한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 관련해 철도시설유지보수 체계 변화를 요구했다. 자체 조사 결과 부실한 자재 사용과 함께 관리감독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허술한 관리 등이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고 수습을 계기로 SRT 차량 정비를 독자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철도공사와의 위탁계약도 재검토하고 독자 예약발매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사실상 통합 무산 이후 코레일과 분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이종국 SR 대표이사가 5일 서울 수서역 고객접견실에서 열린 '평택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SRT 운행 차질' 관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
이종국 SR 대표이사는 5일 서울 수서역 고객접견실에서 열린 '평택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SRT 운행 차질'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SR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철도산업 효율성 향상을 위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SR은 자체조사 결과 이번 사고의 원인이 고속철도 하자·유지보수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이 통복터널 천정 누수를 발견해 국가철도공단과 시공사인 GS건설에 하자보수를 2018년 8월 요청했다. GS건설은 코레일에 작접계획서를 제출한 뒤 작년 12월 한 달 간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겨울용이 아닌 여름용 접착제를 사용하는 등 부실한 자재 사용과 허술한 관리실태를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부실시공으로 인해 탄소섬유시트(부직포)가 천정에서 떨어지면서 전차선 급전장애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장애 조치 과정에서 명확한 사고원인 및 전차선 주변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전원을 공급해 연속 3회 장애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SRT 32편성 중 25편성에서 모터블록(주전력변환장치) 67개가 훼손됐다. 이로 인해 69개 열차가 최장 130분 지연이 발생해 34대가 운행 중지·취소됐다.
이로 인해 피해액은 13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일 기준 영업손실액 5억7000만원, 할인쿠폰 등 고객보상비 7억7000만원, 차량복구비 91억원, 비상차량 임차료 25억원, 소요인력 등 기타 1억원에 달한다.
SR은 이번 사고에서 확인된 철도시설 유지보수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시공사의 하자보수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코레일의 역할 변화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번 사고의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근본적인 유지보수 등의 체제 변화를 포함한 강력한 '철도시설 장애 재발 방지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철도산업 효율성 향상을 위해 차량 정비·부품 공급까지 독자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 사고의 경우 코레일, 현대로템, 대홍기업 등 협력사에 요청해 차량 지원과 정비 협력을 끌어내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SR이 자체적으로 정비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신속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수서에서 일상정비(ES:Examination Service)를 올해 시작해 SRT 32편성과 신규도입 중인 EMU-320을 포함, 자체 차량정비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제작사 등 민간현업을 통해 차량 정비비용 30% 절감, 생산성 30%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레일 대비 정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면 추가 차량 없이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코레일과 2016년에 체결한 차량정비, 예발매시스템, 공동역 사용에 대한 위탁계약도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단가 기준도 없고 당사자 간의 책임과 역할도 불명확한 계약은 '공동검증'을 통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코레일로부터 임차 사용 중인 예약발매, 차량검수, 운행관리 등 정보시스템 독자 구축을 통해 서비스 지연을 해소하고 차별화된 영업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관광개발에 위탁을 맡기고 있는 콜센터, 객실 승무서비스 역시 전면 재검토한다. 이번 단전사고의 경우 SR은 콜센터 운영시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위탁사가 거부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런 불편을 초래한 원인제공자는 아직 국민과 SR에 사과 한마디 없다"며 "철도산업 발전을 위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위축되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