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전환 후 소비 반등, 관련 섹터 '수혜'
'규제'서 '지원'으로 中 당국 입장 선회, 빅테크에 호재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홍콩증시가 연초부터 랠리를 펼치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3일 1.25% 오르면서 4개월만에 2만 포인트 선을 회복한 데 이어 4일에도 3% 이상 급등했다. 5일 오후 1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1% 오른 21003.120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올해 홍콩증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증시를 짓눌렀던 악재들이 소진되면서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셔터스톡] |
우선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 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한 데 따른 소비 반등이 주요 호재로 꼽힌다. 위드 코로나 전환 초기인 현재로서는 코로나19 폭증 충격을 피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가 살아나면서 의약품·식품음료·사회서비스·보석 등 섹터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홍콩증시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한 요인이다. 중국 당국이 '반독점', 시장 질서 교란 및 데이터보안 위협 등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한 것이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홍콩증시에 악재가 됐지만 최근 '규제'에서 '지원'으로 선회한 만큼 이들 빅테크 종목이 증시 전반 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실제로 4일 3% 이상 급등한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앤트그룹 홍콩증시 상장 승인 소식이 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지난달 30일 공고를 통해 "앤트그룹이 상장요건을 충족했다"며 "앤트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은감회는 심지어 앤트그룹의 공모주 발행규모도 이전 계획보다 2배가량 늘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알리바바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당초 홍콩증시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었지만 당국의 제지로 증시 입성에 실패했다. 은감회가 이번에 앤트그룹의 증시 상장을 승인한 것은 중국 정부가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올해도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을 시사했지만 그 속도는 작년에 비해 둔화할 것이란 전망 역시 홍콩증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씨티은행 글로벌 자산관리부 랴오자하오(廖嘉豪) 매니저는 "중국 본토 경제가 살아나면서 중국계 기업들의 수익률이 10~15% 높아지고 이것이 증시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올해 항셍지수 목표치를 2만3000포인트로 제시했다.
BNP 파리바 아시아 쉬치민(徐啟敏) 이사 겸 자산관리컨설팅부 매니저 역시 "올해 상반기에도 중국 당국의 부양 정책이 경기 및 소비 진작을 촉진하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항셍지수가 상반기 2만3000포인트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핑안(平安)은행은 "1월 홍콩증시 투자자들은 강한 반등이 기대되는 영역을 선택할 것"이라며 소비와 소비 관련 IT주, 정부가 키우는 첨단제조 분야를 예로 들었다.
중신(中信)증권 역시 "올해 1월에는 방역 정책 완화 수혜 섹터인 소비주에 주목할 만하다"며 호텔과 항공, 외식업, 여행 등 테마주를 수혜 대상으로 꼽았다. 또한, 디지털 경제 육성 방침, 중국 내 플랫폼 기업 규제 완화, '중국테마주(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퇴출 리스크 축소, 저평가 등을 이유로 빅테크 기업 전망을 밝게 점쳤다.
[그래픽=텐센트 증권] 홍콩 항셍지수 최근 1년 추이 |
한편 작년 홍콩증시는 연초 2만3289.84포인트에서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1만9781.41포인트까지 15% 이상 하락했다. 지난 2021년 3월부터 시작된 하락장이 2022년 10월까지 18개월간 이어지며 이 기간 50%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11월 이후부터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연간 낙폭이 축소된 것이다.
'18개월간 50% 하락'은 그 기간으로나 하락 정도로나 보기 드문 것이라고 중국 매체 36커(36氪)는 지적했다.
중국 본토 증시보다 글로벌 금융환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홍콩증시에 있어 작년은 최악의 한해였다. 코로나19가 확산한 것도 문제였지만 지난해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를 급증시키면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고강도 긴축에 돌입한 것이 홍콩증시에 직격탄이 됐다.
홍콩달러(HKD) 환율을 미 달러당 7.75~7.85HKD 범위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달러페그제(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발맞출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홍콩증시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했다.
홍콩이 3회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것)'을 밟았던 지난해 9월 말, 항셍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만8000포인트 아래로 밀렸다. 항셍지수 1만8000선 붕괴는 2011년 이후 10여년 만이었다. 기준 금리 6번째 인상이 점쳐지던 10월 말에는 1만5000포인트 선마저 붕괴됐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