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128%로 하교하던 9세 어린이 차로 치어
사고 후 조치 없이 그대로 도주…1시간 좀 넘어 사망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를 차량으로 친 후 도주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최우영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A씨는 지난 2일 오후 4시57분께 서울 강남구 언북초 후문 앞 이면도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차로에서 술에 취해 운전하던 중 하교하던 9세 어린이 B군을 차로 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28%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으며, 사고 후 차량의 좌측 두 바퀴로 B군을 밟고 지나가고도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날 오후 6시14분께 사망했다.
검찰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가 술에 취하면 판단력·주시력이 저하돼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증대되는데,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교통사고의 위험이 2배로 증가한다. 특히 혈중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면 기능의 장애를 느끼게 돼 교통사고의 위험이 6배로 증대된다.
A씨는 언북초 부근 자기 집 주차장에서부터 약 930m 구간을 혈중알코올농도 0.128%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 지점은 초등학교와 근접해 학생들의 통행이 잦고 도로 폭도 매우 좁으며, 인도나 안전 펜스가 설치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라며 "A씨는 그 지역에 수년간 거주한 운수회사 대표로, 사고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만취한 상태로 운전해 사고를 야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 재현 등을 통해, 당시 B군이 A씨 차량 운전석 전방에서 충분히 보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또 검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블랙박스에 녹음된 A씨의 음성을 분석하고, 도로교통공단 사고 분석, 목격자들 진술 등을 기초로 사고 전후 상황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사고가 발생한 순간 차량이 흔들리고 A씨가 사이드미러 등을 통해 사고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음에도 즉시 멈추지 않고 진행해 B군이 쓰러진 채 방치돼 목격자가 119에 신고한 과정까지도 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죄에 상응하는 중형 선고를 위해 철저히 공소유지하고 피해자 지원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로 위 살인'인 음주운전을 근절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향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음주운전 사망사고 및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에 대한 양형기준 상향 의견을 적극 개진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현 법정형은 도주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며, 어린이보호구역치사와 위험운전치사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