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패싱·불통 행정" 지적...6519억원 삭감
결식 아동, 청년·소상공인 등 사회전반 피해 우려
[파주=뉴스핌] 이경환 기자 = 경기도의회가 도내 31개 시군에 대한 예산심의 과정에서 파주시의 국도비 수천억원을 삭감해 파장이 일고 있다.
파주시는 특정 지자체의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한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불통 행정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파주시청.[사진=파주시] 2022.12.15. lkh@newspim.com |
16일 도의회와 파주시 등에 따르면 도의회 예결위는 제365회 정례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조정안을 마련해 관련 부서와 의견을 조율 중이다.
국민의힘 조정안을 살펴보면 파주시의 보조사업 총 928개 사업, 9183억원 가운데 국도비 6519억원을 삭감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도비 보조사업 총 489개, 2479억원(도비 1077억원 시비 1420억원)과 국고 보조사업 439개, 4879억원(국비 4879억원 도비 563억원 시비 1244억원) 가운데 국도비를 전액 삭감했다.
삭감된 예산안은 ▲지역화폐 발행지원 23억7800만원 ▲청년기본소득 36억2700만원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62억4200만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10억300만원 ▲경기도 공공버스 운영지원 22억6600만원 ▲결식아동 급식지원 12억8000만원 ▲저소득 한부모 가족지원 59억9200만원 등 소외계층이나 일상생활과 밀접한 예산들이 포함 돼 있다.
특히 이들 예산 가운데 상당수는 경기도 전체 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데도 파주시만 삭감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예산안이 확정되면 중위소득 한부모가족 3160명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저소득 가정아동 1972명의 결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부터 농업인, 청년, 난임부부 등 피해 범위는 파주 지역 전반에 이른다.
◆ "파주시의 패싱·불통 행정…고위 공직자 당적 내세워 협력 거부"
파주시는 최근 부시장과 비서실장, 기획예산국장 등이 도의회 정책위원장인 고준호(파주1) 의원을 만나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고 의원은 파주시의 '불통·폐쇄 행정'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예산을 심의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업설명과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데 파주시는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기획예산국 등 수차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패싱 행정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파주시의 한 고위 공직자는 시장이 민주당이기 때문에 시장만 보고 일을 하는 만큼 협력할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며 "정치적 중립은 공직자들에 주어진 의무이고 진정 시민을 위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다면 시장과 집행부는 지역 도의원들과 여야가 따로 없는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도의원을 지낸 시장과 비서실장은 누구보다 도의회의 기능을 잘 알면서도 이를 인정하기는커녕 비토 하고 행사장만 다닌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는 가면서 도의회는 단 한차례도 방문하지 않은 김경일 시장의 행태를 보면 도 예산은 필요 없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그는 "지역구 도의원으로서 시민의 피해로 이어지는 예산을 삭감하고 싶었겠는가"라며 "일부 예산안은 수정이 되겠지만 파주시가 절실함을 보이지 않는 지금,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파주시 "소통 문제 지적 동의…예산안 삭감 입장은 밝혀야"
파주시는 도의원의 감정을 지자체의 예산안을 연결해 표출했다는 논리를 내세워 불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설령 불통 행정이 있었다면 김경일 시장에게 의견을 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면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지자체의 국도비 전액을 삭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치적인 부분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이라면 방법을 찾았겠지만 지금 상황은 어떤 식으로도 이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도비가 보조되는 사업의 설명은 파주시가 아닌 경기도 공무원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사업성이 미흡하다거나 인원축소 등 예산 삭감의 이유를 '파주시'라고 적시한 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경일 시장이 취임 직후 이동시장실을 운영하며 전체 읍면동을 두번씩 방문하는 등 시민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듣다 보니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데 충분히 동의하고 있다"며 "그러나 예산을 삭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시민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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