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투자금 2배 늘려 기업 리스크 줄여
포스코인터, 암바토비 광산 매각 의사 여전해
스미토모 상사 암바토비 광산 대주주로 올라서
韓 석유·천연가스 자주개발률 12%...日, 40.6%
한국, 원자재 수입액 181조...국방 예산의 2배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지난 2020년 일본 이토추상사, 마루베니상사, 미쓰비시상사, 미쓰이상사, 스미토모상사 지분을 지난 12개월에 걸쳐 각각 5% 이상 매입했다.
이례적 투자였다. 투자 금액은 60억달러(약 7조원)가 넘었다. 버핏이 일본에 투자한 것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첫 매입 당시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일본 상사들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 따른 것이라며 보유 지분을 9.9%까지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11월 이들 상사에 대한 지분을 1%포인트(p) 이상씩 늘렸다.
신수용 산업부 기자 |
결과적으로 버핏은 일본 상사에 투자한 지 2년도 안 되 원금의 두 배 이상을 벌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해외 자원 사업을 확장했던 일본 종합상사의 수익과 주가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상사에 호실적에는 정부의 지원이 자리한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종합상사를 필두로 2030년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주개발률은 국내로 수입되는 전체 광물자원 수입량 대비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광물자원의 양을 의미한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도 정부 지원은 꾸준히 유지되었고 일본 상사들은 이에 힘입어 다양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최근엔 해외 리튬 및 니켈 광산의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투자금을 2배로 늘렸다. 정부가 투자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줄여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해외 자원 확보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셈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반대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3대 니켈광인 암바토비 광산이다. 스미토모상사는 지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끝에 2017년부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국도 광해광업공단, 포스코인터내셔널(당시 포스코대우), STX로 구성된 한국암바토비컨소시엄(이하 KAC)으로 들어가 있다. 포스코인터가 2016년 KAC 탈퇴를 선언하는 등 추가 광산 지분 인수에 차질을 빚었다. 포스코인터는 "지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시점에 매각 의사가 있다"며 오랜 기간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이를 사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없다.
해외 자원 사업의 핵심인 광해광업공단도 손발도 묶였다. 해외 자원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거나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자원개발을 적자만 내는 천덕꾸러기 사업으로 치부하면서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공단에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신규 투자 기능을 없앴다. 해외 자원 개발에 앞장선 광물자원공사를 사실상 해체하고 작년 9월 출범한 광해광업공단은 '해외 투자사업의 처분'을 주요 사업으로 명시했다.
'처분' 즉 매각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2018년 광해광업공단의 26개 해외자산을 모두 매각하기했다.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까지 호주 물라벤 광산, 칠레 산토도밍고 광산 등 11개 해외자산을 매각했다.
세계 3대 니켈 광인 암바토비 광산과 세계 10대 구리 광산인 코프레파나마 광산은 최근 가까스로 매각 위기를 넘겼지만 나머지 13곳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자원 빈국이지만, 해외 자원 개발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일본은 광물 등 자원 패권경쟁에 뛰어든 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에너지·자원 수입 의존도는 92.8%(2021년 기준)다. 석유·천연가스 자주개발률은 12%다. 일본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84.6%로 석유·천연가스 자주개발률은 40.6%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에너지·자원 수입에 지출한 금액은 181조원이다. 우리나라의 2023년 국방예산(57.1조원)의 2배가 넘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전 세계 공급망 위기가 확산하면서 자원 안보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버핏이 한국 상사가 아닌 일본 상사를 택한 이유를 돌아봐야 할 때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