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용산서장·112상황실장 영장 기각
'보고서 삭제' 前 정보부장·과장 구속
법원 "증거인멸·도주우려 인정 안돼"
서울청장 등 특수본 '윗선' 수사 걸림돌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 이태원 참사의 핵심 피의자로 꼽혀온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이 전 서장과 대립각을 세워 온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윗선을 향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서부지법은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5일 밝혔다. 또 이른바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의 당사자인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은 구속 수감됐다.
김유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부장에 대해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송 전 실장은 참사 당일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 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 올리는 등 사고 전후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 위험요소를 분석한 정보보고서를 참사 이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를 받는다.
앞서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1일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수본은 이들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 데다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왼쪽부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2022.12.05 mironj19@newspim.com |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전 서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특수본은 과실 정황이 비교적 뚜렷한 이들의 혐의조차 다시 다져야 한다.
결국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이 전 서장의 영장 기각은 사실상 그와 관련된 김 청장 등 윗선으로까지 수사력이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특수본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이 전 서장 등을 구속할 필요성이 적다는 게 법원 판단인 만큼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특수본은 금명간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경찰 외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둘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특수본은 구속 상태로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들에게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박 구청장과 최 서장 역시 범죄사실을 뒷받침할 증거와 법리를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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