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직접 찾은 포스코 포항소 복구 현장
대체로 정상가동…하루 1300명 복원 투입
고로 피해없어…"조상신 지켰다"는 직원도
[포항=뉴스핌] 조재완 기자 = "공장을 가득 메웠던 물이 빠져나간 뒤 침수된 설비를 보고선 발 구르며 눈물 흘리는 직원들이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포스코 정신이 살아있구나 싶었다.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복구 작업이 한창인 23일 2열연 공장에서 만난 EIC기술부 손병락 명장은 이같이 말했다. 포스코 '전기의 달인'으로 불리는 손 명장은 침수 복구 현장을 전두지휘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3일 2열연 공장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
◆ "침수된 공장에 직원들 눈물…다 함께 정상화 박차"
손 명장은 복구 상황을 설명하기 앞서 "황하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포항소 침수 현장이 그야말로 황하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그날을 회상하며 "저도 황하를 본 적이 없지만, 그날 아침은 포스코가 정말 황하같았다. 아니 황하였다"고 했다.
1958년생인 손 명장은 올해로 포스코 근무 46년차다. 반평생을 보낸 제철소가 물에 완전히 잠긴 모습을 보았을 때 그의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케 했다. 침수 당일 약 100만평 면적의 포스코 공장엔 620만톤(t)의 물이 급속도로 밀려들어왔다. 공장이 완전히 침수되기까진 채 여섯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쉽게 비유하자면 서울 여의도가 서너시간 만에 2.14m 수위로 침수된 셈이다.
손 명장은 "제철소 압연 라인 중 1·2열연 공장은 핵심이다. 이곳이 중단되면 대한민국 철강산업 자체가 무너진다. 압연기 어느 하나라도 중단되는 모든 설비가 다 멈춰 선다는 생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2열연공장은 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반드시 최단 기간에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공장은 우리의 기술과 열정과 혼을 담고 있는 곳"이라며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컸던 탓에 직원들도 복구 가능성에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도 '가능하겠냐'는 숱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복구) 되겠냐고 묻는 후배들에게 '포스코가 언제 '되는 목표'를 세운 적 있나. 늘 '안 되는 목표'를 세웠으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손 명장 한 사람만이 아니다. 그와 같은 23명의 명장이 복구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포항소 전체 복구 작업에 매달린 인력은 하루 1300명에 달한다. 복구에 나선 지난 78일을 통틀어 보면 그간 100만명이 힘을 보탰다.
침수 피해가 컸던 2열연 공장을 둘러봤다. 2열연 공장은 당시 8~15m 깊이, 축구장 면적 5배에 달하는 지하 전체가 물에 잠겼다. 성인 남성의 어깨 높이까지 들어찬 물에 지상 설비도 모두 침수됐다. 여기에 범람한 강물과 함께 토사물까지 밀려 들어와 배수 작업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지하실에 꽉 찬 토사물을 치우는 작업에만 4주가 걸렸고, 물을 빼내는 배수 작업에 2주가 소요됐다. 설비 복구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복구가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장은 비교적 정돈된 모습으로 정상 가동 중이었다. 지상은 흙먼지로 뒤덮인 안내판과 간간이 보이는 끊어진 전선만이 침수 현장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지하로 내려가니 습기찬 냄새가 한층 강하게 풍겨왔다. 바닥과 벽면은 여전히 물기에 젖어 축축했고, 작업자들은 얼굴에 흙먼지를 묻힌 채 정비 작업에 한창이었다. 일부 구역은 아직 전기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비상발전기로 가동되는 기계도 있었다.
손승락 열연부장은 "복구한지 겨우 한달 남짓 됐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생산 라인이 정상 가동되고 있어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포항=뉴스핌] 조재완 기자 = 황종연 포스코 기술연구원이 23일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2.11.23 chojw@newspim.com |
◆ "태풍 피해 이만하면 천운이다…내년 2월 중순 전 공장 재가동"
"이만하길 다행이다." 포항소 직원들은 실제 그렇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제철소 핵심설비인 고로는 이번 침수 피해를 비켜갔다. 태풍 상륙 전 포스코 경영진이 모든 조업을 중단시키는 결단을 내린 덕이라고 직원들은 설명했다. 고로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김진보 선강부소장은 '천운'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고로는 1973년 6월 8일 처음 가동됐다. 고로 조업을 한 지난 50년 동안 수백개의 태풍이 지나갔다. 그런데 태풍 예보에 고로 조업을 사전 중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덮쳤을 때도 고로 조업은 했다. 그랬으니 이번에 '가동 중지' 메시지를 받고 오버스럽다(과하다)고 생각했다."
김 부소장은 힌남노 상륙 전 직원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실제 볼멘소리도 나왔다"고 했다. 김 부소장은 "고로를 중단하는 것은 스위치를 끄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닌데 고로를 멈추라고 하니 오버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막상 이런 사고를 당하고 힘들게 복구하는 과정을 거치니 내가 다니는 회사지만 '참 운 좋은 회사'다"라며 "30년 넘게 회사를 다녔으니 그간 최고경영자들이 숱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나. 내게 '최고경영자가 내린 가장 잘한 결정'은 고로를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 피해에서 그친 것을 두고 그는 "조상신이 지켜준 회사"라고도 했다.
현재 상공정(선강) 라인은 정상 가동 중이다. 고로·파이넥스 5기와 제강 공정은 지난 9월부터 일찌감치 정상 가동 중이고, 고급강 생산 체계도 복원됐다.
하공정(압연) 라인은 시장 수급 상황을 고려한 우선 순위부터 순차적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3전강, 2전강이 가장 먼저 가동을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1냉연, 1열연, 1선재, 3후판 순으로 복구됐다. 최근 2후판도 정상 가동에 들어갔고, 포스코는 이달 중 3선재, 강편, 4선재 공장도 복구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복구 작업이 남은 공장은 2냉연, 2열연, 2선재, 스테인리스스틸(STS) 2냉연, 1전강 등 6곳이다. 내달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큰 도금 CGL과 STS 1냉연은 내년 초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전 공장 복구 '데드라인'을 내년 2월 15일로 목표하고 있다.
천시열 공정품질부소장은 "여러가지 사전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물이 들어와 불가항력적으로 침수를 겪었다"며 "공장 복구와 관계없이 연말까지 전 제품을 정상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직원이 23일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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