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금 확보는 사실상 유일한 자금조달 수단
잠재부실 증가…요주의여신 잔액 전년比 20%↑
작년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40.5%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에 이어 수신금리 인상 자제도 당부하자 은행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에 채권시장안정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 등 자금시장 안전판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상은 유일하게 남겨진 자금조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직 여신 건전성이 양호하지만, 기업 부실에 따른 연체율 상승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국의 과도한 은행 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4일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BNK부산·SC제일은행 등 7개 은행 부행장들에게 과도한 자금 조달 경쟁 자제를 주문했다.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따라 상승하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이 더 악화할 것을 우려해서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 자금조달 수단은 ▲고객 예수금 확보 ▲은행채 발행 ▲해외채권 발행 등 총 세 가지인데,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조달 경로가 수신금리 인상을 통한 고객 예수금 확보이기 때문이다.
해외채권 발행의 경우 조달 환경 악화, 환율 변동성 리스크 등의 이유로 사실상 불가한 상황이다. 지난 1일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연기 사태 이후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조달 환경이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 이후부터 저원가성 수신 이탈이 심해져 정기예금 통한 자금조달로 채안펀드·증안펀드 등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마저 하지 말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지원에도 나서왔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금리가 높아진 만큼 은행의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 연체율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 언제까지나 은행 체력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여신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은행들이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을 해주길 요구하고 있고 은행들도 이에 부응하는 분위기이지만, 내년부터 시중은행의 연체율의 두드러진 상승이 예상된다.
실제로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3분기 연체율은 0.14~0.2%로, 지난해 말(0.11~0.19%)과 비교해 하단은 0.03%포인트(p), 상단은 0.01%p 상승했다. 특히 잠재 부실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요주의여신 잔액은 같은 기간 8조2850억원으로 작년 말(6조9310억원) 대비 19.5%나 늘었다. 요주의여신 잔액은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대출금을 의미한다.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잠재 부실은 빠르게 가시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은 40.5% 기록했다. 한은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한계기업 비율이 올해 말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으로 1년 정도는 버티겠지만, 은행이 가진 체력이 바닥난 뒤의 시나리오도 금융당국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