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떠올라 이태원 오고 싶지 않아"
텅 빈 가게...주류 반품 요청 잇달아
용산구, 희생자 지원 총력...상인은 검토중
[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은 추모객과 경찰관들 외에는 방문을 꺼려하는 '추모 도시'가 됐고 인근 소상공인들은 생계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현재 용산구 차원의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인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11일 이태원 참사 발생 2주가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태원 1번 출구 인근은 추모의 분위기로 공기가 무겁다. 보도 위 하얀 국화꽃 물결 속 사이사이에는 '괴롭고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이 적힌 형형색색의 메모와 희생자들의 사진이 자리했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 공간. 인근 상점들은 모두 휴업한 모습. 2022.11.11 mrnobody@newspim.com |
끊이지 않는 추모의 발걸음과 취재진들의 방문을 관리하기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 또한 참사 후 내내 현장 인근을 지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옆 골목부터 뒷골목까지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고 그 앞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자연스레 골목 내 상점들은 '강제 휴업' 상태다.
골목 밖 상인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참사 후 이태원에 대한 이미지 하락은 물론, 좁은 골목에 제복 입은 경찰관들이 붐비는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용산구 주민인 오즐렘(40대) 씨는 "참사 전에는 이태원에 자주 놀러왔는데 이제는 여기 오면 비극이 떠올라서 잘 안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환장하겠다" 이태원에서 40년간 옷가게를 운영 중인 김 모씨(60대)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다가 이제 좀 살만한가 싶었는데 또 이러니까 너무 힘들다"면서 "빚은 늘어가는데 이렇다 할 지원은 없고...이제는 장사를 그만 둘 생각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 바로 앞에 서서 마치 차단막처럼 가게를 가리는 경찰버스를 보는 김씨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는 "이거라도 다른데다가 치우면 덜 답답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당시 이태원로의 4차선 도로가에는 경찰버스 10여대가 줄줄이 주차돼 있었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상점 앞 이태원로 도로가에 세워져 있는 경찰버스 모습 2022.11.11 mrnobody@newspim.com |
인근 음식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명 정치인, 국내·외 연예인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고깃집은 점심 장사가 한창일 시간임에도 외국인 관광객 단 한 테이블만 식사 중이었다. 식당 종업원은 "참사 이후 늘 이렇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한산한 골목에 유독 주류배달차량만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배달기사는 "참사 전 이태원에 납품했던 주류에 대한 반품 신청이 밀려들어 이야기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말한 후 급하게 사라졌다.
용산구는 참사 수습에 전 부서가 비상이다. ▲녹사평역 합동분향소 운영 ▲이태원역 시민추모공간 지원 ▲분향소 의료지원 ▲심리상담 지원 ▲부상자 의료비 지원 등 참사 희생자 및 피해자 지원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등 모든 신경이 집중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태원 인근 상인들에 대한 지원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용산구를 비롯한 정부의 관리소홀로 인해 빚어진 참사의 영향을 상인들이 오롯이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용산구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 '제5조의4(재난발생 지원)'에 따르면 구청장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재난(자연재난 및 사회재난) 및 발생으로 매출액 감소 등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해 영업을 위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아울러 '제6조(특별보증지원)'에 의하면 구청장은 소상공인이 경영안정 자금에 대한 보증 지원을 원할 경우 '특별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용산구 관계자는 "현재는 아무래도 행정의 무게가 희생자 지원에 많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이번 참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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