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법인세 인하 놓고 논쟁
최고세율 25%에서 22%인하 방안
기업 자금조달 시장 경색...비상등
해외와 비교해도 한국 법인세 높아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는 법인세라도 조정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침체와 금리상승 여파로 기업부채도 늘고 자금 사정이 안 좋은데 벌써부터 내년을 어떻게 버틸지..."
한 대기업 임원의 한숨 섞인 말이다. 최근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을 불투명한 시장상황으로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기업들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이유다. 특히 내년 경기 불확실성도 문제인데, 금리상승으로 자금시장이 꽁꽁 얼면서 기업들의 손발이 묶인상태다.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2022.05.12 aza@newspim.com |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인세 인하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높인다'고 주장한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그런 선순환 구조가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며, 재정 건전성에는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맞부딪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세수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법인세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법인세 인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올려 놓은 3%포인트를 다시 인하해 22%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복안이다.
과세표준 구간이 2∼3단계로 단순화되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세수 감소로 약 30조원의 법인세수가 줄어든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추정한 결과, 총 투자가 49조 537억원 늘고 GDP는 10년간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욱이 한국의 법인세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소득세 제외)은 한국 25%, 일본 23.2%, 미국 21%, 영국 19%, 독일은 15%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놓고 '대기업,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이유다. 지난 정권에서 가까스로 법인세를 3%포인트 올려놨는데 다시 원상태로 돌릴 순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금리인상 지속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AA+급 초우량으로 분류되는 SK도 자금조달이 어려워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할 정도로 시장은 녹록지 않다. 부채 상환을 위한 자금조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법인세는 기업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나 시민단체에선 적자이거나 순이익이 낮을수록 법인세를 안 내거나 적게 내는 것 아니냐며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요즘 같은땐 한푼이 아쉬울 때다. 경제단체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상의·경총·전경련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7일 투자와 고용을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공동성명을 국회에 냈다.
기업이 휘청이면 곧 국가경제도 흔들린다. 요즘 같은 불안한 시장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향후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좋아질때 법인세율을 다시 손질하더라도 지금은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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