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주가 부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가 등 기업가치 제고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어서다.
올해 타 그룹사 대비 SK계열사 주가하락 폭이 큰 상황에서 각 계열사별 주요 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서고 있지만 하락장 속에선 신통치 않아 보인다. SK계열사들은 주가 부양에 대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경영회의와 세미나에서 기업의 토탈밸류(Total Value)를 높이자고 주가 관리 등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 SK계열사 주가가 다른 그룹 계열사들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예컨대 요즘 잘나가는 배터리 3대장 중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석달새 주가가 30% 가까이 상승한 반면 SK이노베이션만 7% 가량 하락했다. 석달 동안 증발한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은 1조원에 달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감사대상기관 전체 종합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기침을 하고 있다. 2022.10.24 leehs@newspim.com |
또 지난달 기준 SK주가는 올 초 대비 16% 하락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올 초 대비 67% 넘게 빠졌다. SK하이닉스 주가도 34%나 폭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24% 하락에 불과했다.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SK계열사 주가 부양에 직접 나선 것을 두고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에 따른 '마진 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SK는 국내 그룹 가운데 오너일가의 주식담보가 두번째로 많은 기업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76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66개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SK그룹 오너의 주식담보 대출이 삼성 다음으로 많았다. 삼성은 대부분 상속세 납부를 위한 대출로 알려졌다.
SK그룹 오너 일가 10여명은 계열사 주식 51.8%를 담보로 5575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최 회장이 SK주식 343만8010주를 담보로 4065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통상 오너 일가는 경영자금이나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급을 납부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특히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마진 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해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마진 콜은 주가가 하락해 대출자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담보대출의 일정 금액을 갚아야 하는 것을 말한다.
또 최 회장이 SK계열사 주가하락으로 울상인 주주 달래기에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물적분할 후 증시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인 SK온에 대한 주주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9월 최 회장이 구독자가 많은 주식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TV'에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유야 어찌됐든 SK 계열사는 주가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지주사 SK는 지난 8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SK시가총액의 1%가 넘는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기로 한 것이다.
계열사인 SKC도 지난달 166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통상 자사주 취득은 거래 주식수가 줄고 회사가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주가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주가 폭락은 오너일가의 주식담보대출에 의한 마진콜 우려 또한 키우고 있다"며 "각 기업별 주가 부양책이 나오는 이유에는 주주 달래기, 주주가치 제고 등 여러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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