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18일 성수1지구 재개발 조합에 공문 발송
"과한 제약에 입찰하고 싶어도 못 해… 완화해달라" 호소
현대건설 또한 유사한 내용 공문 보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로 언급되는 서울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성수1지구)의 입찰지침서에 독소조항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일찍부터 입찰 의사를 밝힌 일부 시공사는 조합에 지침 세부 내용을 완화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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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성수1지구 재개발 조합에 보낸 공문 [자료=독자 제공] |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전일 성수1지구 재개발 조합에 입찰지침서 수정 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조합은 이달 개최한 이사회를 통해 입찰지침서 내용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시공사가 조합원에 로열층·로열호수를 배정하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경우 입찰을 무효처리한다. 강남구나 용산구 등 서울 상급지 정비사업장에 도전장을 내민 다수의 시공사가 조합원에게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이상의 이주비 지급을 약속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주비를 개별 조합원의 담보가치 총액 이내로 제안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천재지변, 내란 및 전쟁 등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든 사고 또한 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 대안설계 등의 아이디어 제안이나 분담금 완화등 개발 이익 극대화를 위한 사업조건 제시도 금지됐다.
HDC현산 관계자는 "성수1지구 입찰지침서를 검토한 결과 입찰 제약사항이 많아 입찰 준비 중인 시공사 입장에서 최고의 설계 및 사업 조건에 부합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이 같은 조건은 향후 공사비 중액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입찰 참여자의 다양한 사업 조건과 설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재고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현대건설 또한 대표이사 명의로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조합에 발송했다. 현대건설이 보낸 공문에는 "타 구역 입찰지침에는 전혀 없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입찰 변별력을 학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반경쟁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며 "과도한 제한 지침을 완화해 열린 경쟁을 통해 최고의 조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재검토를 부탁한다"고 적혀 있다.
조합원 사이에서도 입찰 지침이 다수의 독소조항으로 구성돼 있는 점에 불만이 피어오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입찰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조합의 임의결정에 따라 유·무효를 결정하거나, 과도한 책임 준공의무를 시공사에게 강요하는 식의 제안서로 경쟁입찰이 어떻게 성립되겠냐"며 "특정 건설사 밀어주기를 통해 수의계약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합은 이달 20일 대의원회를 거쳐 21일 입찰공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11월 29일로 계획돼 있다.성수1지구 재개발은 성수동1가 72-10 일대에 총 3014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울 정비사업지 중 가장 큰 기대주로 꼽힌다. 현대건설과 HDC현산, GS건설이 입찰 의지를 굳히면서 3파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