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보완 취지 무색 '약한 처벌'
공정위, 고발요청 기한 설정 등 제도 손질 나서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지난해 의무고발 요청 사건의 약 40%가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의무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기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약한 처벌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에 접수된 의무고발 요청은 모두 13건으로, 올해 8월 기준으로 이 가운데 5건은 벌금형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아래 그래픽 참고). 전체의 38.5% 수준이다.
의무고발 요청제도는 공정위가 조사를 했지만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사건이라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 검찰총장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한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전속고발권을 보완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벌금형 사례는 지난해 12월 미래에셋그룹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보험 법인을 각 벌금 3000만원에 약식기소한 게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중기부 장관의 요청으로 고발이 이뤄졌고 법원이 올해 4월 약식명령 청구액과 같은 벌금 3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미래에셋 계열사 측이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현재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의무고발 요청이 이뤄진 13건 가운데 나머지 2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고, 2건은 불구속기소 됐다. 그 외 사건들은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은 이달 초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 업체(CP)를 상대로 '갑질'을 한 혐의로 네이버를 불구속기소 했다. 이를 포함하면 불구속기소 된 사건은 3건이 된다.
지난해 의무고발 요청 사건 중 7건은 중기부 장관이, 6건은 조달청장이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기부, 조달청 등이 의무고발 요청 권한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막상 고발 사건의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 측면도 있다.
의무고발 요청을 둘러싸고 중기부와 공정위가 불협화음을 빚은 가운데 공정위는 최근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 의결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 관계기관이 고발요청을 하는 경우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방어권 보장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중기부 장관이 지난해 7월 고발 요청권을 행사한 미래에셋그룹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43억9100만원) 처분을 의결한 뒤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고발 요청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현재 중기부, 조달청 등 고발요청 기관과의 업무협약(MOU)을 개정하고, 의무고발 요청 기한을 3개월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중기부 등의 고발 요청이 지연 행사돼 기업의 법적 불안정이 장기화하는 등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의무고발 요청제도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