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과 흥미가 직업 안정성보다 중요해져
가상 공간 디자이너 등 디지털 부업에 관심
유튜브, 제페토 활용한 크리에이터 활동 증가
전 세계적으로 세대간의 사고 및 소비 풍속 등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등장한 X세대에 이어 현재의 2030세대인 MZ세대까지, 이들의 특성과 개성을 구분 짓는 '세대 담론' 역시 우리 사회에서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뉴스핌은 MZ 이후 세대인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의 특성을 짚어보고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강정아 박두호 정현경 인턴기자 = 17살 드라마 제작자, 현실에선 어렵지만 가상현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가능하다. 제페토 드라마는 제페토 내 아바타들의 연기를 촬영해 영상으로 제작한 웹드라마다. 이호(17) 양은 제페토 드라마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캐스팅부터 기획, 촬영, 편집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유튜브와 제페토 플랫폼을 활용해 용돈도 직접 번다. 수익은 달마다 다르지만 한 달 용돈으로는 충분한 정도라고 한다.
[포스트MZ 'α세대'] 글싣는 순서
1. α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2. 소비활동은 가상세계에서
3. 스트레스는 학교서 푼다
4. 그들만의 문화 '온라인 무덤'
5. 영상부터 음성까지…AI 활용 능숙
6. "돈도 중요" 10대부터 재테크
7. 전통적 직업관은 가라
8. 집단 탈피…이젠 개인 교육
이 양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만 2000여 명, 누적 조회수는 310만회를 넘었다.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일진이 착해지는 과정'은 조회 수 56만회를 기록했다.
제페토 드라마는 제페토 내 아바타들의 연기를 촬영해 영상으로 제작한 웹드라마로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이호 '일진이 착해지는 과정' 유튜브 캡쳐] 2022.10.02 rightjenn@newspim.com |
◆ 베이비붐과 X세대, 직업은 생존을 위한 수단
1955년부터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어린 시절 빈곤을 경험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잡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는 적성과 흥미 보다는 수입과 안정성을 기준으로 다른 일자리를 찾았다. 그들에게 안정적인 경제활동은 필연적이다.
1970년대생인 X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와 다르게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소비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생계유지가 직업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1976년생인 고등학교 교사 B 씨는 "외환위기 전후로 기업 채용이 줄어 고생한 친구들이 정말 많다"며 "그때 이후로 먹고 살려고 취직을 하려다보니 공무원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전문직 수요도 정말 높아졌다"고 어려웠던 당시 취업시장을 설명했다.
X세대의 소비 패턴이나 정치 성향 등은 베이비붐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지만 직업 선택에 있어서 적성보다는 수입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유사하다.
연령대별 직업 선택요인 [자료=통계청] |
2021년 통계청이 조사한 사회조사에는 연령별 직업 선택요인이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인 60대 이상은 67%, 50대는 69%가 직업을 선택할 때 수입과 안정성을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적성과 흥미를 고려했다는 응답은 60대 이상은 7.8%, 50대는 10%다. X세대인 40대는 수입과 안정성을 택한 비율이 64%로 조금 줄었고 적성과 흥미라고 답한 비율은 14.2%로 소폭 늘었다.
◆ 평생 직장은 없다… 워라밸 중요한 MZ세대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준비 중인 C씨(27)는 "잦은 야근과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나를 챙기고 싶었다"며 퇴사 이유를 밝혔다. C씨는 높은 연봉을 보장받았지만 과중한 업무로 퇴사하게 됐다. C씨는 "다음 회사는 적절한 연봉 수준이면서 저녁 있는 삶이 보장되는 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을 지칭하는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일자리를 선호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중요해진 MZ 세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MZ세대 중에서도 90년대 중후반생인 Z세대부터 직업 가치관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났다. 20대는 직업을 선택할 때 수입과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비율이 56%로, 처음으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적성과 흥미를 응답한 비율은 20.6%로, 50대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는 내 재능과 연결시켜 수익 극대화 방법을 고민한다"며 "유튜브를 통해 수익창출을 하거나 아이돌 굿즈를 만드는 등 돈 버는 방식에 인식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 회사에선 일러스트레이터, 메타버스에선 가상공간디자이너
2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알파세대가 포함된 10대에서 처음으로 순위 변화가 생겼다. 20대 이상의 모든 세대에서 수입 다음으로 안정성을 택했지만 알파세대는 적성과 흥미가 안정성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알파세대는 수입과 안정성을 합한 응답이 51%를 차지했고, 적성과 흥미를 택한 비율이 31.3%로 20대 응답보다도 11%p 늘었다. 50대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들은 직업의 안정성보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우선시한다. 가상공간은 알파세대의 흥미와 적성을 발현시키는 공간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455억달러로 집계됐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5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전망이다. 2016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영국의 미래연구소가 발간한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보고서에는 "2025년에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일하고, 놀고, 여행하고, 만나서 어울리며 신간을 보낼 것이다"라며 "미래 세대의 많은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가상공간에서 건물을 지으면서 경력을 쌓을 것이다"라고 나온다.
[자료=이미지투데이] |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에 주목할 새로운 직업에서 가상공간 디자이너를 꼽았다. 가상공간 디자이너는 가상공간에 나오는 건물과 풍경을 실제처럼 만들고, 캐릭터의 표정과 목소리,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구현해 이용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하는 직업이다. 이들은 가상공간과 현실을 구별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디지털 문화 해설가도 새로운 직업으로 제시했다. 직장에 있을 때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있을 때 정체성이 다른 것처럼 각각의 가상공간에서도 정체성을 달리할 것이다. 디지털 문화 해설가는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정체성을 표출할 때 사용하는 '이미지 언어' 데이터를 분석한다. 디지털 문화 해설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각의 가상공간에서 어떤 이미지가 유행하고 있는 지를 파악해 로고를 만드는 등 마케팅 활동을 한다.
제페토에서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처럼 알파 세대는 자신의 능력을 가상공간에서 발현해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길 것이다. 현실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하면서 동시에 가상공간 디자이너를 부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환 극동대 교수는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가상세계에서도 돈을 동시에 벌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디지털 부업에서 시작해 전업으로 갈 수도 있고, 처음부터 전업을 삼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직업 가치관의 변화를 시사했다.
최 연구위원은 "알파세대는 연령과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한 직업을 가질 것"이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30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던 방식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rightjen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