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무료 리딩으로 투자자 모집→수십억 돌려막기
법원 "정보비대칭 이용한 투자유인…사기죄 성립"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가상화폐 무료 리딩을 통해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토큰 상장 명목으로 받은 수십억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3)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네이버에서 한 가상자산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A씨는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총 19억8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및 현금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네이버 카페 가입자들을 상대로 가상자산 차트 분석을 통한 무료 리딩을 제공해 얻은 신뢰와 인지도를 이용, 한 웹툰 플랫폼 업체를 설립했다. 그는 가입자들에게 B토큰이 블록체인 기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고믹스(Gomics) 프로젝트'에서 유통화폐로 사용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이후 A씨는 "B토큰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고 최소 10배에서 100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작업팀과 펌핑 작업을 통해 시세를 올리고 있다"라고 투자자들을 속여 토큰 매매대금 명목으로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0년 7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다른 피해자들에게 투자금 약 10억원을 받아 기존 투자금을 변제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실체가 있는 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한 정상적인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공신력 있는 대형거래소에 상장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투기 열풍을 틈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마치 영향력이 상당한 가상자산 분석가이자 사업가인 것처럼 외양을 작출해 다수의 피해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한 군중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기망의 방식, 다수의 투자 피해자를 양산한 범행의 결과와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보인 피고인의 후안무치함, 편취액의 규모 등에 비춰 볼 때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별달리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 규모가 상당함에도 피해가 거의 회복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히 "새로운 금융거래 영역으로서의 가상자산에 관해 사회적 기대와 투기 심리는 큰 반면,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높고 아직 공신력 있는 거래체계가 정착돼 있지 않아 불안정적인 상황 하에서 비정상적이고 불공정한 거래행위와 관련한 적정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발행(ICO) 발행인과 초기 투자결정 판단근거인 '백서'의 부실 ▲시장 상황 혹은 기초사업의 사업성에 관한 과장된 허위의 공시·공지 ▲이른바 '마켓메이킹팀을 통한 펌핑' 등과 같은 불공정거래 유인 등 가상자산 거래 관련 사기로 볼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주체가 실제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허위·과장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비대칭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해 투자의 위험성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등 투자자를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투자유인을 한 행위는 사기죄에서의 기망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가상화폐, 코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관련해 사기죄의 성립 및 기망 여부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