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책이 빨리 나오는 것보다는 충실한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국토교통부가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택시대책이 언제쯤 나올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원희룡 장관의 답이다. 지난 14일 서울 청년재단에서 열린 모빌리티업계와의 커피챗 행사에서 만난 원 장관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데 너무 재촉하기보다는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설명했다.
원 장관의 말처럼 대책을 빨리 발표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8·16 공급대책이다. 윤석열 정부 취임 100일 전에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안전진단 완화, 1기 신도시 재건축 방안 등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의 세부안을 추후 발표하겠다고 미루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말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수요를 억제하는 데만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며 탄생한 새 정부의 기조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공급을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구체안이 빠진 채 숫자만 제시한 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오히려 '100일 내 발표'라는 피상적인 목표에만 매달린 결과에 가깝다. 시장의 관심이 높은 사안 가운데 하나라도 내실이 있었다면 이런 비판을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조만간 나올 택시대책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원 장관은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플랫폼 탄력요금제'를 처음 제시하며 업계와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심야 택시대란 해법이 담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탄력요금제'의 정의부터 혼선이 있는 데다 요금 결정 권한이 없는 국토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하다. 서울시의 택시요금 1000원 인상 계획 자체도 업계를 떠난 법인택시 기사를 돌아오게 만들기에는 터무니없이 작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부동산과 택시문제 모두 수십년 간 쌓인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간단치 않은 과제다. 동시에 국민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라는 점에서 반드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겉핧기에 그치는 대책을 반복하기보다 어려운 과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게 훨씬 큰 성과다. '100일 내 발표'처럼 속도를 내는 게 아니라 충실한 내용을 만드는 데 의욕을 쏟는다면 과욕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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