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지 않는 생존투쟁은 거짓...노란봉투법 추진 우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반 년여간 지속됐던 하이트진로의 화물파업 사태가 일단락됐다. 화물연대의 불법농성에 하이트진로는 손해배상소송으로 대응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달았지만 결국 추석 명절 하루 전날 극적 합의를 본 것이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 간 이번 합의조건은 ▲운송료 5% 인상 ▲휴일 운송단가 150% 적용 ▲화물연대 소속 132명 차주 중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인원의 재계약 ▲형사고소 및 손해해상소송 취하 등이다. 당초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운송료 30% 인상'은 5% 인상과 그 외 휴일운송단가, 복지기금 조성 선에서 합의하고 손배소 취하와 화물차주 재계약 등 화물연대가 추가로 요구한 사항은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2.09.15 romeok@newspim.com |
앞서 화물연대 조합원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은 지난 3월 말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부분 파업을 시작한 뒤 6월부터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 화물연대는 이천·청주·홍천공장에서 불법집회를 지속했으며 각 공장의 진입로를 막아서면서 소주·맥주 출고가 중단되는 사태가 수차례 빚어졌다. 경찰이 시위를 제재하자 화물연대는 서울 본사로 넘어가 로비와 옥상을 불법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본사 내부에 인화성 물질을 반입하고 옥상에서 투신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과격시위를 이어갔다.
하이트진로가 불법시위 피해로 화물연대에 청구했던 손배소 금액은 약 28억원이다. 이천·청주공장에서의 불법시위에 따른 피해 금액만 집계한 규모다. 강원공장과 본사 점거 시위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와 일반 시민들도 파업 피해 당사자다. 주류 출고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유통·외식업계 종사자들이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 본사 앞을 점거하면서 인근을 오가는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합의 과정에서 하이트진로가 화물연대에 제기한 손배소를 모두 취하하고 대다수 인원을 재계약하기로 결정하면서 화물연대의 불법파업 책임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문제는 파업 이후다. 하이트진로는 파업 종료 후 "당사의 상황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소비자 여러분과 거래처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불편을 겪으신 주변 입주민들과 상가 주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경찰과 소비자, 인근 주민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야권은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불법파업을 일삼아도 노조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이트진로 사태로 사회 전반에 끼친 피해에는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파업 책임을 면제받은 것을 성과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불법을 넘나드는 노조의 생존투쟁이 일정 부분 용인됐던 이유는 투쟁에 따른 어떠한 법적·개인적 책임도 감수하겠다는 태도 때문이다. 그러나 책임지지 않는 생존투쟁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고 깡패나 범죄단체의 시비와 다를 바 없다.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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