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맞았지만 '사드 발목'
한미 '안보 주권' vs 중국 '안보 훼손' 첨예
한·미·중 관점차 커 해법 찾기 쉽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가까운 이웃인 중국과 24일 수교 30돌을 맞았다. 사람도 서른 살(而立)이 되면 심지(心志)가 단단히 서면서 쉬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30년 전 수교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 영향력이 커졌다. 그만큼 외교·안보·경제적으로 두 나라 간 국익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첨예해졌다.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운용에 대해 민감한 것도 한국의 힘이 세졌다는 방증이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될수록 미중 양측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의 입장이 더 난처해지고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수밖에 없는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 상황이다. 중국은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안보적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대놓고 비판한다.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중국, 대미 'ICBM 억지력' 심각한 도전 인식
한미가 아무리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북한 위협 대응용이라고 해도 중국의 불신과 불만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의 국익이 충돌할수록 사드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잠재적 시한폭탄의 트리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사드를 미국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억제력에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핵을 탑재한 ICBM이 미 본토를 겨냥한다면 1만km 날아가는데 통상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발사 초기 단계에서 사드가 포착하게 되면 중국의 공격이 무력화된다고 보고 있다. 한미가 아무리 요격체계 관점에서 탐지거리가 600km여서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중국은 믿지도 않고 믿으려고 하지도 않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언론과의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사드 X-밴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2000~3000km"라고 구체적이고 특정해 거론한 것도 중국의 이러한 인식이 확고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드 레이더는 전진 배치용(FBR) 전방 모드로 전환하면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부상단계에서 2000㎞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이 보는 전진 배치용 사드'와 '한미가 보는 종말 단계 요격용 사드'로 엄청난 관점차를 드러내고 있다. 한미의 600km 종말 단계 요격체계 탐지와 중국의 2000~3000km 전방 탐지체계 만큼의 사드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한미중 간의 관계 설정과 심리적 거리가 그만큼인지도 모른다. 중국은 종말단계 요격용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 초기 올라가는 단계에서 탐지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진=로이터 뉴스핌] |
◆"600km 탐지 요격체계" vs "2000~3000km 전방탐지"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8월 10일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앞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3불(不) 1한(限) 정책선서를 정식으로 했다"고 밝혀 한중관계의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3불 1한'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와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문재인정부 당시의 '사드 3불'에 더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 운용을 제한한다는 '1한'이 추가됐다.
한미 군 당국은 사드 레이더가 종말 단계 요격용(TBR)으로 탐지 거리가 600~800㎞로 지상 상황을 볼 수도 없고 군사 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중국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 ICBM을 발사해도 북극 방향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조기 탐지를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요격체계로서 중국의 내륙 곳곳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이 한미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8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주 사드 포대 방향이 중국 방향을 향하면 바로 앞 산 때문에 물리적으로 중국 방향으로 운용이 안 되게 돼 있다"면서 "사드는 오직 한국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한미중 간의 사드를 보는 인식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해법도 찾기 힘들고 트리거만 있으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안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아무리 '안보 주권론'을 내세워도 중국이 '안보 침해론'으로 인식한다면 한중 간의 해법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더 나아가 미국의 MD체계 참여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박진(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8월 9일 중국 산동성 칭다오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면서 악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외교부] |
◆한국만의 독자적인 미사일방아체계 구축 시급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한중 간 사드 해법과 관련해 "국가안보와 군사전략의 큰 틀에서 미사일 방어 개념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제언한다.
권 전 교수는 "동맹국·우방국과의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는 필수적이지만 중국과의 정치적·외교적·군사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권 전 교수는 "결국은 한국도 미중 누구로부터 압박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독자적인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중국은 한국 신정부가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속에 미국의 대중국 억제 포위망에 참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대만과 사드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실장은 "북핵 문제가 한중 간 도전요인이 아니라 협력요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미중 간 협력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북미 간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한중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해법을 제시한다.
미국도 중국도 경제·안보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한국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미중이 선택을 강요한다고 해서 한국이 국익에 반한 결정을 할 수도 없는 구조적인 상황이다. 오히려 한국이 전략적 선택으로 한국의 외교안보 공간을 넓혀 나가야 하는 절호의 기회다.
30년 간 부침을 거듭한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도 안 된다. 한국의 방향 설정이 너무 급해 우리 스스로 한국 외교안보의 공간을 좁히는 선택을 결코 해서도 안 된다. 동북아시아 역내 군사·안보 균형이 무너져서도 안 된다. 한국 외교안보의 전략적 로드맵과 재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