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중 흉기 휘두른 괴한에 목 수차례 찔려
악마의 시 이후 신변 위협 속 작품 활동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소설 '악마의 시'로 이슬람권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던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에서 강연 도중 괴한에 피습당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루슈디는 이날 뉴욕주 서부 쇼토쿼 연구소에서 강연을 하려다가 무대에 뛰어오른 괴한에 의해 흉기에 찔렸다. 목격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은 괴한은 루슈디가 사회자의 안내를 받고 강연을 시작하려할 때 그에게 달려들어 흉기를 휘둘렀다.
괴한은 주변 청중과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제압당했지만, 루슈디는 괴한이 휘드른 흉기로 목을 수차례 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루슈디는 헬리콥터로 인근 대형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목격자들은 루슈디는 피습으로 목 부위 여러군데에 상처가 났고 출혈도 상당했지만, 이송 당시에는 생존해 있었다고 전했다고 NYT는 전했다.
살만 루슈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PEN 클럽의 수전 노셀 최고책임자는 이와 관련해 "미국 땅에서 문학 작가를 공개적으로 피습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루슈디는 오랜 기간의 위협 속에서 결코 이에 굴하지 않았다면서 이날 오전에도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 작가들을 위한 지원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 당국은 괴한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신원이나 동기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루슈디는 1989년 소설 '악마의 시'를 출간했다가 무슬림권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특히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서술이 신성 모독으로 여겨졌고 당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루슈디에 대한 사형 선고를 내리고 현상금까지 걸었다.
이후 루슈디는 경찰의 신변 보호 속에 10년간 도피 생활을 해야했다. 지난 1998년 무함마드 하타미 당시 이란 대통령은 루슈디에 대한 위협은 끝났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루슈디는 이후에도 끊임없는 신변 위협에 시달려왔다.
루슈디는 신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이고 장중한 작품으로 평단의 인정을 받았고,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을 세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