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난에 '신차 출고 지연' 장기화
중고차 활황…"2025년까지 간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1. 공무원 A씨(37세·여) 지방 파견 근무를 가게 돼 자차 구매를 서두르게 됐다. 당장 이달 말부터 차량이 필요하지만 신차 구매는 포기했다. 지금 당장 차를 구매해도 내후년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중고차를 알아보고 있지만,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인기 차종 가격은 새 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A씨는 "새 차 못지 않은 가격대에 중고차를 구매하자니 억울하고, 새 차를 사자니 출고 대기 기간이 너무 길다"고 했다.
#2. B씨는 최근 업무용 중고 탑차를 구매했는데, 신차보다 더 높은 값에 주고 샀다고 푸념했다. 그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에서 "2년 동안 8만km를 주행한 중고차가 새 차 가격과 같더라. 신차급 중고차는 600만 원을 더 얹어줘야 했다"면서도 "별 수 있나. 일은 해야 하니 지금 차는 말썽이고, 중고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장안평중고차시장에서 고객들이 차량을 구매하고 있다. 2022.07.25 leehs@newspim.com |
◆ 신차보다 더 비싼 중고차?…중고 G80, 신차보다 800만원 비싸
중고차 시장 활황이 계속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이 지속되면서 중고차 인기도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
새 차보다 비싼 중고차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특히 주행거리가 짧은 신차급 중고 인기차종, 전기·하이브리드 차종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제네시스 G80(가솔린 터보 2.5AWD)은 신차 가격이 5591만 원인데,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선 6000만 원대에 거래된다. 8288km를 주행한 동종 모델이 6250만원, 3691km를 주행한 22년 모델은 6350만 원 등에 직영 중고차 거래소 '케이카' 매물로 나와있다.
또 다른 장터엔 4만km를 주행했다는 기아 K8 택시형 모델이 33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같은 모델의 기본형(노옵션) 신차 가격은 2800만 원. 이외에도 테슬라 모델3 등 인기 차종은 주행거리 1만km 이하면 신차와 맞먹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중고차 수요가 늘면서 리셀 현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기 차종 신차를 구매하자마자 수백만원을 더 얹어 중고차 매물로 내놓아 차익을 챙기는 이들이다. 인기 차종을 중고로 구매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경우도 적지 않다. GV80 등 인기 모델은 최대 1000만 원까지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주요 중고차 매매기업 최근 3년간 매출 실적 [자료=케이카 제공] |
◆ 반도체 수급난 속 중고차 시장 '활황'…"2025년까지 간다"
업계는 최장 2025년까지 이 같은 중고차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고차 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서긴 했으나 하락 속도는 완만하다. 이에 힘입어 국내 중고차 시장은 매년 성장 추세에 있다. 지난해 중고차 판매량은 365만여 대로 신차 시장(173만여 대)의 1.5배에 달한다. 주요 중고차 매매기업 실적도 덩달아 상승세에 있다. 케이카·오토플러스·AJ셀카 3개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조1960억 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37.8% 성장한 수치다.
반면 신차 출고 지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줄어든 177만9044대다.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시장이 봉쇄되는 등 공급망 불안이 심화된 탓이다. 내수는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줄어든 80만7605대다.
중고차업 관계자는 "이젠 차량을 빨리 구매하려면 중고차를 사야한다는 인식이 업계에 자리 잡혀있다. 최근 출고 대기 기간이 점차 짧아지는 추세이긴 하나 새 차를 받으려면 여전히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대기 기간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중고차 시장 호황은 지속될 것 같다"고 봤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