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중국이 이번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을 겨냥했다. 지난 23일 중국인 유학생 50여 명이 파리 샹젤리제 거리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디올이 중국 전통의상을 베꼈다며 항의 시위를 했다.
디올이 출시한 신상 스커트가 명·청 시대 한족 여성들이 입었던 마몐췬(馬面裙)을 모방했다는 주장이다. 두 개의 천이 박음질이 아닌 상단의 허리띠로 고정되어 있고 치마 양쪽에 주름이 있다는 점이 마몐췬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유학생들은 "우리 문화를 존중해 달라" "문화 도둑질을 중단하라" "수 천년의 문화를 이대로 뺏길 순 없다"는 등의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고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문화에 낯선 사람은 마몐췬이 디올을 모방한 것이라 받아들일 수 있다"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하지만 툭하면 특정 문화나 상품을 자신의 것이라고 외쳐온 중국이라 그런 중국을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시선이 고울리 만무하다.
디올은 중국 홈페이지에 해당 스커트를 삭제했지만 공식적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프랑스 네티즌은 "중국이 드디어 표절이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인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자신의 문화를 보호받고 싶다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며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이탈리아 피자가 중국 밀전병인 충유빙(蔥油餅)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한복과 김치, 삼계탕, 갓 등이 중국에서 유래됐다며 한국 전통 문화를 중국에 예속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막무가내식' 표절 주장은 극단적 애국주의의 폐단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후 줄곧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치며 중국인의 애국정서를 자극했다.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고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다.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애국주의는 결국 타문화에 대한 왜곡과 침탈을 낳았다. 다른 문화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로 무시하고 자신의 존재만 인정하는 행태는 국제사회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gu121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