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장단 회의 개최하며 위기 대응 모색
위기대응팀 가동·임원진 급여 삭감 등 활로 찾기 안간힘
[서울=뉴스핌] 조재완 정승원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연이어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나섰다.
이들 최고 경영진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고 위기대응팀을 가동하거나 임원진 임금을 삭감하는 등 뼈를 깎는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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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뉴스핌DB] |
◆ 삼성 등 4대 그룹, 사실상 비상경영 돌입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4대 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달 긴급 사장단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 점검,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논의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회의은 오전에 시작해 오후까지 8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존의 한계를 돌파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사장단회의를 개최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만이다.
LG그룹 역시 지난달 사장단회의를 소집했다. 지난 5월에는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열어 사업전략을 재정비했다. LG그룹은 이번 사장단회의에서 고객 가치 강화와 함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역시 지난달 최태원 회장 주재로 그룹 경영진이 모이는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상반기 그룹 내 최대 전략회의로 내달에도 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이는 '2022 이천포럼'을 개최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경기는 침체 국면으로 흐를 것이고 내년에도 그럴 것"이라며 경제 위기 상황임을 언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 22일 경주에서 최고 경영진과 해외법인장들이 모여 하반기 생산 판매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각사 대표이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에서 역대급 성과를 거뒀지만 하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경기 침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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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 현금성 자산 늘리는 기업들...포스코, 위기대응팀도 가동
포스코그룹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1일 최정우 회장 주재로 사장단 및 전체 임원이 참석한 그룹경영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이날 그룹경영회의에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사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
포스코는 현 상황을 ▲수요산업부진·재고자산 증가 등에 따른 글로벌 시장 축소 ▲원자재·에너지 및 금융·조달 비용 상승 ▲ 원자재·에너지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친 복합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이에 향후 ▲적극적인 수익성 방어 ▲구매, 생산, 판매 등 각 부문 구조개선을 통한 원가 혁신 ▲해외법인 리스크 점검 ▲투자계획 조정 등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그룹 역량을 결집할 계획이다. 또한 매 분기 그룹경영회의를 열어 경영실적과 위기 대책 등을 논의키로 했으며 또 경영전략팀을 중심으로 '전사통합 위기대응팀'을 가동할 예정이다.
최정우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 경제 충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즉시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경영진들은 사별로 주요 경영 요소들을 면밀히 체크하고 특히 현금 흐름과 자금 상황이 문제 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개 대기업 중 지난 2020년 대비 2021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늘린 곳은 총 9곳에 달한다. 기업들이 경기 상황을 보수적으로 보면서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한화그룹은 지난 5월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대외 불안요소와 관련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최근 권오갑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개최해 "하나의 변수가 아닌 안팎의 악재가 겹치는 복합위기가 현실화 됐다"며 "각 사에서는 경영전략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전면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 가격이 폭등해 물류비 부담이 늘어나자 계열사 임원의 임금을 20% 삭감했다.
그룹사 간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경기침체를 정면 돌파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내달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오는 11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승인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그룹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 등으로 나뉘어진 방산 부문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KT 역시 자쇠사인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