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2심 무죄 "독직폭행 고의 입증 부족"
"직무집행 정당하진 않아, 피해자 아픔 성찰해야"
한동훈 "장관으로서 입장 내는 것 적절치 않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대전고검 검사)이 "재판부 판단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연구위원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한 장관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정 연구위원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 1심 판단과 달리 독직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7.21 pangbin@newspim.com |
정 연구위원이 압수수색 대상인 한 장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중심을 잃고 한 장관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게 되는 결과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 및 그 결과 발생의 위험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피고인의 신체가 소파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신체에 밀착돼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소파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후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피고인의 몸에 의해 눌리게 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독직폭행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한 장관의 증거인멸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정 연구위원의 행동이 적절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를 포함한 독직폭행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1심의 유죄 판단은 유지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치며 "당시 피고인의 직무집행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피고인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절차가 있지만 직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되더라도 영장 집행과정의 돌발상황에서 피해자가 겪어야했던 아픔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 연구위원은 선고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검찰과 (1심) 재판부에서 오해하셨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관해 재판부가 바로 잡아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한 장관에게 증거인멸 시도의 우려가 있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상고심에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등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한 장관도 이날 판결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개인 관련 형사사건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앞서 정 연구위원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며 '채널A 사건'을 수사하던 지난 2020년 7월 29일 법무연수원 경기 용인분원에서 한 장관의 휴대전화 유심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장관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정 연구위원에 대한 형법상 독직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다만 한 장관이 상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중처벌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한 장관은 이 사건 당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공모해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여권 인사들의 비리 제보를 강요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지난 4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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