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시키고 가급적 밀폐형 사용 권장
3D 프린터 시험 1개 기관 유일 진행
업계 "소재 시험 후 제한은 가혹하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교육현장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던 교사들이 육종암에 걸리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정부의 안전가이드가 나왔다.
다만 유해 물질이 발생하는 소재의 유통을 차단하기보다는 이용자의 안전수칙 준수를 강조할 뿐이다.
◆ "환기 자주 시키고 개방형 3D 프린터 쓰지 마세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D프린팅 이용자들에게 작업 시 주의해야 할 위험요인을 보다 명확히 안내하고, 이에 대한 안전수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3D프린팅 안전이용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배포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3월 발표된 범부처 '3D프린팅 안전강화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는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3D프린팅 산업 종사자, 이용자, 시민단체, 연구기관, 안전기관 등 다양한 기관으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개방형과 밀폐형으로 제작된 3D 프린터 모습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07.19 biggerthanseoul@newspim.com |
개정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문헌조사를 통해 3D프린팅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나노 수준의 미세입자, 주요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위험요인과 그 신체 영향 등을 안내하고 있다. 3D프린터 안전 이용방법을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일반적인 공학적 대책에 따라 분석해 작업자의 행동요령, 소재, 장비, 작업환경의 네 가지 항목으로 재구성해 제시했다.
이를테면 행동요령의 경우, 3D프린터 작동 중 출력 공간에 상주 금지, 환기 원칙, 보호구 착용 등이 안내됐다. 소재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확인 가능한 소재 사용 등을 안내하고 있다. 장비에 대해서는 필터가 부착된 밀폐형 3D프린터 사용, 개방형 3D프린터나 필터가 부착되지 않은 밀폐형 3D프린터는 안전부스·포위식 국소배기장치를 통해 사용하라는 등의 내용이 안내됐다. 작업환경에서는 공기가 원활히 유입되는 창문이 있는 공간에 3D프린터 출력 공간을 마련하라는 수칙을 전했다.
송상훈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3D프린팅 정책에서 이용자의 안전은 최우선순위에 있으며 안전 기반 없이는 산업의 진흥 또한 이루어질 수 없다"며 "이번 '3D프린팅 안전이용 가이드라인' 개정이 보다 안전한 3D프린팅 이용에 도움을 주고 건전한 산업 진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밀폐형 프린터의 기밀 시험 이외 소재 유해성 시험 불가능
이번 '3D 프린터 안전이용 가이드라인'을 보면 사용자가 위험을 피해가라는 내용이 요지다. 근본 원인이 되는 3D 프린트나 재료로 쓰이는 필라멘트에 대한 대비책이 마땅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미국의 3D 프린트 검사 규격인 UL 2904를 적용해 3D 프린터를 시험할 수 있는 기관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유일하다시피 한데 이마저도 밀폐형 3D 프린터에 대한 시험"이라며 "소재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는 너무 가혹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고 이를 시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필라멘트 사용하는 보급형 3D 프린터는 소재를 고열로 녹이는 과정에서 나노 입자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한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07.19 biggerthanseoul@newspim.com |
사실상 정부의 입장은 가급적 밀폐형 3D 프린터를 사용하되 소재 전반에 대한 시험과 이를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필라멘트와 관련해서 옥수수 분말을 함께 사용해 제작하는 등 예전부터 친환경적인 면을 강조해왔으나 정작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것을 정부가 방치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소비자는 "문제가 제기된 교육현장에서는 상당부분 밀폐형 3D프린터를 쓰고 있지만 개방형 3D 프린터의 가격이 저렴한 만큼 일반 국민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소재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장비나 사용자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3D 프린터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결국 관련 기업들은 유해하지 않는 소재 개발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소재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주다가 결국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국가적인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