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이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여객기를 대량 구매한 것과 관련해 중국 관영 매체가 '정상적인 비즈니스 거래'라면서도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이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그 같은 정치적 고려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미국 때문'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사진=바이두(百度)] 중국국제항공의 에어버스 A320여객기 |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環球時報)는 4일 '보잉 실망? 중국 탓할 수 없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매체는 글에서 "중국 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정치적 생각'을 숨기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은 워싱턴(미국)이 최근 몇년간 통상무역에 정치적으로 얼마나 간섭해 왔는지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항공 분야 협력은 줄곧 중국과 유럽 간 협력의 주요 내용 중 하나였다"면서 "에어버스는 중국에 조립공장을 지어두고 있고 중국과 유럽 간 협력은 안정적이고 성숙했다. 계속해서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의 대규모 구매 계약은 '길고 힘겨운 협상'을 거쳐 거둔 협력의 성과이자 3대 항공사의 공동 구매로 상당히 좋은 가격을 확보했다. 에어버스의 연비나 유로화 약세도 영향을 미친 요소일 것"이라며 나무랄 바 없는 정상적인 비즈니스 교류로서 그 결과 역시 평등하고 호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중국이 당초 보잉사 여객기 100여 대를 구매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한 데 대해서는 보잉과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여객기에 안전 결함이 있고 생산능력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서 보잉사의 책임을 언급한 데 이어 "중국 기업이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하기로 한 동기를 분석하려거든 미국 정부의 행위를 반성하는 게 낫다. 걸핏하면 '디커플링'을 말하고 제재의 몽둥이를 꺼내들며 무역제제법을 만들어내는 국가와 어느 누가 안심하고 대규모 거래를 할 수 있겠냐"면서 미국 정부를 겨냥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보잉은 지정학적 이견이 사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원망하지만 중국 탓을 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에어버스 여객기를 구매한 것과 관련해) 어떤 정치적 요소가 있다면 미국이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한 것이 부정적 효과를 낸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담았다. "보잉이 해야 할일은 중국에 '실망'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제품 경쟁력을 토대로 시장 규율을 지키며 미국 정부, 국회에 잘 이야기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어찌 보잉뿐이겠냐"고 한 대목은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풀이다.
[사진=환추스바오(環球時報) 갈무리]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4일 '보잉 실망? 중국 탓할 수 없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
한편 중국 국영 3개 항공사(국제항공, 남방항공, 동방항공)는 지난 1일 에어버스 A320 여객기를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3개 항공사가 2027년가지 인도받기로 한 여객기는 총 292대로 계약액만 무려 372억 달러, 우리돈 48조 원에 달한다.
세계 민항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는 중국 시장을 놓고도 경쟁해 왔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도 미국 정부는 중국이 보잉 여객기를 구매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미국에는 항의의 뜻을, 유럽에는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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