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오늘부터 중국 증시에 상장 중인 상장지수펀드(ETF)에 외국인도 투자가 가능해진다. 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 매매제도인 후강퉁·선강퉁을 통해서다.
미국 등 증시가 휘청이면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해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본토 ETF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A주로의 외자 유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바이두(百度)] |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와 홍콩증권선물사무감찰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공동 성명을 통해 '요건에 부합하는 ETF를 호련호통(互聯互通) 메커니즘에 편입시킬 것"이라며 "7월 4일부터 호련호통을 통한 ETF 거래를 정식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련호통이란 상호 연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상하이와 홍콩 간 교차 매매제도인 후강퉁, 선전과 홍콩 간 교차 매매제도인 선강퉁을 가리킨다. 외국인은 지금까지 후강퉁과 선강퉁 거래 대상에 포함된 종목에만 직접 투자가 가능했고 중국 본토 ETF에의 직접투자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자(QFII) 자격을 취득한 해외 기관투자자로 제한됐다. 이번에 교차 매매제도에 ETF가 포함되면서 외국인 역시 중국 본토에 상장된 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차 매매제도의 ETF 포함은 지난 2016년부터 논의돼 왔다. 다만 2014년 후강퉁 출범에 이어 2016년 8월 선강퉁이 출범한 가운데 선강퉁 제도가 성숙하고 제반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ETF 교차 거래 시점을 늦추었다.
후·선강퉁 거래 대상에 포함된 1차 ETF는 모두 87개로, 중국인이 투자 가능한 홍콩 증시 ETF가 4개,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본토 증시 ETF가 83개다.
이 중 외국인이 후구퉁(홍콩 및 외국인 투자자의 상하이 증시 투자)과 선구퉁(홍콩 및 외국인 투자자의 선전 증시 투자)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본토 ETF는 ▲출시 6개월 이상 ▲과거 6개월 간 평균 규모가 15억 위안(약 2907억 1500만 원) 이상 ▲펀드 구성 종목의 80%가 후강퉁·선강퉁 거래 대상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업계는 이번 ETF 투자 개방 조치가 중국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관계자는 중국 경제 전문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에 "중국과 홍콩 시장의 자본 이동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중국 본토와 홍콩 ETF 시스템의 진일보한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더욱 다원화한 포트폴리오를 짜기를 원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홍콩과의 교차 매매제도를 통한 중국 본토 ETF 투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UBS의 글로벌 금융시장부 중국 책임자인 팡둥밍(房東明)은 "ETF는 보다 유연하고 간편한 투자 방식으로 투자자의 효율을 높이고 중국 증시 투자 전략을 풍부하게 할 것"이라며 "특히 본토 증시의 이색 테마와 희소성이 큰 업종에 투자하는 데 있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더욱 넓혀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ETF 개방으로 A주 시장의 거래량과 거래액이 10%가량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셔터스톡] |
한편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상하이·선전 증시를 통한 홍콩 증시 투자(남하자금·南下資金)보다 해외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를 통한 중국 본토 투자(북향자금·北向資金)가 더 활성화할 것이라는 데 다수 기관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유망 업종 관련 ETF, 화제성 테마 ETF가 A주에 더 많다는 설명이다.
6월 초 이후 한달간 총 730억 위안이 후·선구퉁을 통해 A주로 유입된 가운데 ETF 개방 등에 힘입어 하반기 외자의 A주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BNP파리바그룹 아태주식 및 파생상품 스트래터지스트 제이슨 루이(Jason Lui)는 "북향자금이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유동성이 좋은 업종 및 테마 ETF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반도체·신에너지·방산·식품음료 등을 유망 섹터로 꼽았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기 부양 일환으로 신에너지차 소비가 적극 장려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6월 한달간 신에너지차 섹터가 10% 가까이 상승하면서 A주 전반의 상승을 견인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역시 A주 반도체 섹터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블랙록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10~20%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기대된다"며 "최근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산(중국산)으로의 대체'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중국 관련 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