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 재산관리인의 법정대리인 자격 여부는?…대법원 첫 판례
"법원 허가시 고소권자 해당…부재자 재산관리제도 취지에 부합"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법원이 고소권 행사를 허가한 부재자 재산관리인도 형사소송법상 법정대리인에 해당해 피해자를 대신해 고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상고 기각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법원이 선임한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부재자 재산에 대한 범죄행위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고소권 행사에 관한 허가를 얻은 경우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적법한 고소권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은 "법정대리인의 대리권 범위와 같이 형사소송법상 독립해 고소권을 갖는 법정대리인의 의미도 법률과 선임심판 내용 등을 통해 정해진다"고 짚었다.
이어 "부재자의 법정대리인인 부재자 재산관리인 권한은 원칙적으로 부재자 재산에 대한 관리 행위에 한정되지만 재산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관리 행위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여기에는 관리 대상 재산에 관한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고소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관리 대상 재산에 관한 범죄행위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고소권 행사 허가를 받은 경우 독립해 고소권을 가지는 법정대리인에 해당한다"며 "그것이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 부재자 재산관리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86년 7월 미국으로 출국해 연락이 두절된 피해자 B씨의 언니로, 2013년 12월 법원에서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되면서 B씨 앞으로 공탁된 수용보상금 13억 여원을 2016년 5월 수령했다.
이후 법원은 같은 해 11월 A씨를 부재자 재산관리인에서 해임하고 변호사 C씨를 재산관리인으로 재선임했다.
다만 A씨는 새롭게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된 변호사 C씨에게 수용보상금 존재를 알리지 않고, 인계도 거부했다.
이에 변호사 C씨는 법원으로부터 권한초과행위 허가를 받아 수사기관에 피고인을 배임(친고죄) 등으로 고소했다.
변호사 C씨는 "A씨는 피해자의 부재자 재산관리인 지위가 있는 동안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로써 B씨를 위해 재산을 보존, 이용, 개량해야 할 임무가 있고, 지위가 상실할 경우에는 새롭게 선임된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재산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존,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임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임무를 위배해 새롭게 선임된 부재자 재산관리인에게 공탁금 존재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고 이를 인계하지도 않아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고 B씨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225조에서는 피해자 본인 외 고소권자에 대해 법정대리인, 사망한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부재자 재산관리인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있진 않다.
동법 제228조에선 친고죄에 대해 고소할 자가 없는 경우 이해관계인의 신청에 따라 검사가 고소권자를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새롭게 선임된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적법한 고소권자라고 판단했다.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가중 판결했다. 1심이 일부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한 부분을 전부 유죄로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씨의 형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그간 대법원 선례가 없었던 '법원으로부터 고소권 행사 허가를 받은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형사소송법상 법정대리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내린 최초 판단으로 부재자 재산관리인의 고소권 행사를 적법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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