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 자격 박탈.."헌법상 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아"
남녀평등 헌법이념도 반영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꾼 자녀에 대해 모계 쪽 종원(宗員)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모계 쪽 성과 본으로 변경 뒤 종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청구를 인용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1988년 11월 아버지의 성에 따라 '안동 김씨'로 출생신고했다. 이후 2014년 6월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용인 이씨'로 변경할 것을 허가하는 심판을 받아 그해 7월 15일 성·본 변경신고를 마쳤다.
이씨의 어머니는 2015년 11월 용인 이씨 남해종중에 이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남해종중은 "혈족이라도 타성(他姓)으로 바꾸면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는 정관 규정을 근거로 종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1심 재판부는 "단순히 모계 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는 민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부의 성과 본 대신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됐는데, 만일 피고 종중의 구성원으로서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소속 종중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이후 남해종중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가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기존 대법 판결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해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 집단이므로, 종중의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춰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을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고 인용했다.
나아가 2심 재판부는 남녀평등이라는 헌법이념과 함께 1990년 1월 개정된 민법에 따라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거나 출생 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했다는 사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 자격을 원칙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도 원심 판결이 정당하고 보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결사의 자유, 종원의 자격에 관한 관습법,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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