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응답해 줘야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정권이 바뀌고 기업들이 줄줄이 투자 계획을 발표한 모습을 보면 딱 새 학기가 떠올라요."
선생님 "자, 새 학기가 됐으니 올해 목표 성적 제출하세요!"
학생 "선생님, 저 올해 꼭 1등 할거예요!"
선생님 "자, 그럼 어떻게 1등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도 제출하세요!"
[사진=김지나 기자] |
최근 삼성을 필두로 SK, 현대차, LG, 롯데 등이 투자 목표액을 제시한 것을 두고 한 대기업 관계자의 비유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5년간 투자 목표액을 제시한 재계에선 줄줄이 그룹 수장들을 필두로 한 전략 점검 회의에 돌입했다.
삼성은 이달 말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SK그룹도 6월 중 확대경영회의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LG는 HE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전략보고회의를 연다. 투자 발표 후 이어지는 그룹사들의 전략회의 계획을 보고 있자니,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제시하라는 선생님의 다그침에 숙제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글로벌 위기 상황에 대기업들의 떠안고 가야 할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할 순 있다. 휘발유 가격이 치솟고, 물류난에 글로벌 공급망 문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진 국가봉쇄 등 글로벌 위기가 쓰나미처럼 몰고 오는 이 시점에,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로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내 보인 것은 그럴듯 하다.
하지만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목표 투자액을 제시한 기업 중 새 정부 눈치를 보며 있는 투자 없는 투자 빡빡 긁어모아 목표 투자액을 제시한 기업들이 다수다. 또 5년이 지난 후 기업들이 투자 목표액 달성을 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길도 없다.
"결국 투자는 실행의 문제지요. 문재인 정부 때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게 과연 실현됐는가를 보세요. 기업들은 국내에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고 싶어도 각종 규제로 묶여서 못 하는 경우도 많아요. 결국 정부가 응답해 줘야 하죠." 한 대학 교수의 말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특성 상 투자 계획을 쏟아낼 순 있다. 또 경제 위기 속 기업들에 투자하라고 다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여건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신학기 성적 목표를 받은 선생님이 학생에게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듯, 정부 역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으로 응답해 줘야 할 것이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