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 내 괴롭힘 이메일 제보 944건 공개
"욕 심하게 들은 날은 응급실 실려가기도"
명백한 갑질행위… 언어폭력도 형사처벌 가능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국장님의 폭언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너무 큽니다. '너랑 같이 일 못하겠다', '이럴거면 공사판 가서 노가다나 해' 등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합니다. 먹고 살아야 해서 참아보려고 했는데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 더이상 견디기 어렵습니다." (2022년 4월 직장인 A씨)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상사의 모욕·명예훼손성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한 이메일 제보 944건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513건(54.3%)에 달했다고 밝혔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과 명예휘손이 179건(34.9%)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에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2020.09.01 yooksa@newspim.com |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피해자 대부분은 직장 상사의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소장의 일상이 욕과 짜증"이라며 "욕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고 욕을 심하게 들은 날은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직장인은 회의에서 상사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는 말을 듣고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제보했다. 그러면서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너 정말 안될 놈이네'라는 말을 했다"며 "모멸감과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 앞에서 욕설, 명예훼손성 등의 모욕적 언행을 하면 현행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여러 직원이 보는 가운데 직상 상사가 폭언이나 모욕을 했다면 녹음, 증인 등을 증거를 모아 경찰에 고소할 수 있다"며 "모욕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이 직원에게 '아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라는 말을 한 상사에게 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사례도 있다. 욕설을 하지 않아도 모욕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직원을 왕따 시키고 언어폭력을 일삼은 상사에게 회사 징계와 별도로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강민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모욕, 인격 비하 등 언어폭력은 만연하게 일어나는 갑질 행위인데도 직접적인 폭력 행위가 없고 즉각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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